국가정보원과 협력해 야권과 진보 세력을 종북세력으로 몰아 비판하는 등 편향된 내용의 안보교육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12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박 전 처장은 이날 오전 10시 15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박씨는 2010년 예비역 장성 등을 주축으로 조직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 초대 회장을 지냈고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보훈처장을 지냈다.
그는 국발협 회장 당시 국정원과 협력해 국민을 대상으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의 안보 강연을 하고, 보훈처장 재직 시절인 2011년 11월 국정원이 제작한 ‘우편향’ 안보교육용 DVD 11장짜리 세트 1천개를 만들어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 DVD가 국정원이 제작한 사실을 알고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익명의 기부자로부터 협찬을 받아 만든 것이라고 허위 진술한 위증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국발협과 보훈처를 활용한 국정원의 편향된 안보교육이 불법 정치관여에 해당한다고 보고 박 전 처장을 상대로 국정원과의 협조 경위 등을 캐묻고 있다.
작년 10월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순수 민간단체라던 국발협이 실제로는 원세훈 국정원장 재직 당시 정부와 보수 진영에 유리한 정치 지형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정원의 외곽 조직으로 드러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은 2010년 1월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국발협을 설립하고 2014년 1월 청산할 때까지 자체 예산 63억여 원을 투입해 외곽 단체로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발협의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강사료 등 모든 제반 경비가 국정원 예산에서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검찰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씨는 국발협이 국정원의 지원과 지시로 운영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에게 안보실상 교육을 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훈처장 당시 문제가 된 안보교육용 DVD 배포 역시 “정확한 내용은 편향된 것이 별로 없는데 왜곡돼 전달됐다. DVD 내용은 다 사실이 바탕”이라며 “국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씨는 보훈처장 재직 시절 조직의 각종 비위 의혹을 방치한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서 별도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보훈처는 지난해 12월 19일 박 전 처장 재임 시절의 5대 비위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전 처장과 최 모 전 차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