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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새해, 결심이 결실 맺으려면

연세대 철학과 교수

<65>다짐과 실행

舊제도의 기득권 파괴 어렵지만

결심 없이는 성과 존재할 수 없어

철저한 계획 세워 혁신 시작하고

열매 맺기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전깃줄에 참새 다섯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중 네 마리가 쉬는 것을 그만두고 이제 날아가야겠다고 결심한다. 자, 그러면 이제 전깃줄에 앉아 있는 참새는 모두 몇 마리일까. 가장 먼저 나올 수 있는 답은 한 마리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 마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출제자의 의도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잠깐 생각하다가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다섯 마리다. 왜. 결심한다고 다 실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다섯 마리가 정답일까.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결심한다고 다 실행하는 것도 아니지만 결심해놓고 아무도 실행하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답은 전깃줄에 남아 있는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네 마리가 결심한 대로 실제로 날아오르자 얼떨결에 나머지 한 마리도 같이 날아오른 것이다. 왜. 누구든지 왕따가 되기는 싫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이론이다.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은 언제나 안전한 전략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변명의 여지가 있는 전략이 ‘남 따라 하기’다. 그런데 만약 다들 하는데 안 따라 하다가 실기하고 실패하면 죽을 맛이다.

과연 전깃줄에 남아 있는 참새는 몇 마리일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고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지혜다.” 공자가 ‘논어’에서 한 말이다. 결심은 실행의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 필요충분조건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럼에도 실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결심이다. 내가 어렸을 적 아버님께서 “사람은 결심이 있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 말씀을 하시고 난 뒤에 꼭 따라 오는 말은 “그런데 넌 왜 결심이 없냐?”였다. 결심이 없으면 뭐 하나 제대로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머스 에디슨이 성공의 99%는 노력이고 1%만이 아이디어라고 하지 않았던가.





혁신은 상향식으로 될 수가 없다. 결국 리더의 결심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향식으로 가는 것이다. 설령 아이디어 자체는 밑에서 나오더라도 리더의 결심이 서야 혁신은 가능해진다. 그런데 리더의 결심만으로 혁신이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혁신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구제도는 중지된다. 구제도가 중지되면 그로 인해 존재했던 이익도 즉각적으로 중단된다. 구제도 나름대로 제공했던 기득권이 있는 이상 당장 불편해지기 시작하게 마련이다. 반면 신제도 도입에 따른 혜택은 즉각 일어나지 않는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만 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바로 이 기간 동안 그 조치는 뒤집어지고 만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한 말이다.

“대표님, 이번 혁신적 조치는 대단히 훌륭한 것입니다.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사실 다들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이 조치는 조금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 좋은 기회를 봐 좀 더 많은 준비를 거친 다음에 다시 도입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저도 말씀드리기 정말 정말 힘들고 어렵네요.” 자, 이 조직에서 그 혁신적 조치는 다시 실행될 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 것이다. 즉각적으로 불이익이 발생함에도 혁신의 열매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면서 버틸 수 있는 힘이 그 조직의 저력이요 내공이다.

그 후 그 조직에 한 신입직원이 들어온다. 전사적으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것에 힘입어 이렇게 제안한다. “대표님,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이렇게 확 다 바꿔보면 어떨까요?”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아, 그거. 그거 전에 다 해본 거야. 해봤더니 안되더구먼. 아 참 자네 입사하기 전 얘기구먼”이다. 결심이 결실을 보려면 철두철미한 준비와 플랜이 있어야 한다. 새해는 결심만 풍성한 것이 아니라 실행에 만전을 기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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