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작금의 혼란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거래소 폐쇄에 반대하는 청원 참여자 수는 이날에만도 4만명 이상 늘어 벌써 10만명을 훌쩍 넘겼고 게시 건수도 3,700여건에 달했다. 헌법재판소도 이미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전심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상태다. 여기에 여당 내에서조차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니 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화할 판이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은 정부의 행보를 더욱 꼬이게 한다. “부처 간 조율이 됐다”던 대책이 순식간에 졸속발표로 변하고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수장은 ‘허풍쟁이’가 돼버렸는데 또 다른 대책을 내놓은들 시장이 믿을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없던 일로 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전날 거래소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던 가상화폐 거래가격이 이날도 급등락을 거듭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설익은 대책이 낳은 아이러니다.
가상화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술발전의 산물이다. 기존의 규제 잣대만 고집해서는 역효과를 보기 십상이다. 가상화폐의 개념부터 투기광풍이 일어난 배경, 규제의 실효성과 후유증, 블록체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해외 시장의 흐름까지 분석해 정책 방향을 잡고 부처 간 섬세한 정책조율을 거쳐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부처들에 떠넘길 일이 아니다. 이제는 청와대든 국무조정실이든 누군가는 컨트롤타워로 나서 투기억제와 산업발전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요소를 조화시키는 섬세하고 정제된 틀을 만들어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