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해묵은 과제를 풀었다. 무려 45년 만에 독자적인 항공전력을 갖췄다. 해병대사령부는 지난 1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항공대에서 상륙기동헬기(MUH-1) 1·2호기 인수식을 열었다.
창군 초기와 베트남 전쟁에서 운용해온 해병대 독자 항공세력을 사령부가 해체되던 1973년 해군에 넘겨준 뒤 45년 만에 항공전력을 다시 확보했다. 해병대의 새 날개는 과거보다 훨씬 강력하고 튼튼하다. 국산 헬기 수리온을 상륙기동용으로 개조한 ‘마린온(MARINEON)’급 헬기 수십 대는 결코 만만한 전력이 아니다. 헬기 한 대에 분대병력 전체가 탑승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마린온처럼 최신 기종을 운용하는 해병대는 극히 드물다. 전 세계를 통틀어 상륙전 병력에서 상륙기동 전용헬기를 보급한 국가도 미국과 영국에 이어 한국까지 달랑 세 나라뿐이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당장 마린온 추가 구매가 필요하다. 해병대는 2개 상륙기동헬기대대를 오는 2023년까지 완편할 계획이지만 1개 대대는 20대(운용기 18대+예비기 2대)로 편성되는 게 보통. 방위사업청과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계약물량이 28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2대가 더 들어와야 한다. 해병대의 목표인 여단급의 동시상륙 작전 능력을 갖추려면 이마저 모자란다.
최소한 2개 대대 규모의 상륙작전을 위해서는 마린온급 상륙작전헬기 3개 대대가 요구된다. 최대 32대를 더 생산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공격용 헬기대대 창설, 또 다른 병력 투사 수단 확보까지 난제가 수두룩하다. 당장 고속비행 능력과 마린온 수송력의 2배(22명 탑승 가능)에 이르는 ‘MV-22’ 오스프리 도입론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돈. 미 해병대가 약 200대를 보유하고 있고 일본도 2020년까지 17대를 도입할 오스프리의 가격은 마린온의 세 배에 이른다.
예산 배분을 둘러싸고 다른 군과 갈등이 빚어질 개연성도 크다. 오랜 염원을 풀었다지만 이제 겨우 첫걸음을 디뎠을 뿐이다. 해병대 항공전력의 미래를 공격형 헬기 도입을 중심으로 짚어봤다.
◇공격 헬기 왜 필요한가=생존성 때문이다. 상륙기동헬기가 필요한 이유와 같다. 과거처럼 먼바다에 상륙함이 집결해 시속 10㎞ 안팎의 상륙정에 병력을 실어 해안에 도달하는 방식은 인명과 물자의 피해가 너무도 크다. 상륙군이 해안에 당도하는 동안 적의 증원군이 동원될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의 방공망이 세계에서 가장 조밀하다는 점에서 상륙기동헬기보다 빠르고 회피수단이 다양한 공격용 헬기의 엄호가 절대적이다. 전투기와 함포가 상륙지점의 주요 군사적 목표를 먼저 타격하고 공격용 헬기가 투입된 후 상륙기동헬기에서 병력이 쏟아져 교두보를 확보하는 동시에 각종 상륙주정으로 상륙하는 게 미래전의 전형이다. 공격헬기대대 창설은 해병대의 중기계획에 잡혀 있다.
◇초미의 관심사, 어떤 공격헬기가 선정될까=각 군은 물론 국내외 무기 메이커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크게 ①아파치 신규 도입 ②바이퍼 중고 및 신규 구매 ③육군이 사용하던 코브라헬기 인수 ④KAI가 개발 중인 LAH(국산 차기 경량공격헬기) ⑤마린온의 무장형 국내 개발 등 다섯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각각 장단점이 극명하게 대조된다. 해병대는 ①②번, 즉 해외 도입을 원한다. 시간이 없고 성능이 검증됐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아파치를 보자. 후보 기종 가운데 성능은 단연 압도적이나 가격이 가장 비싸다. 제작사인 미 보잉사는 우레탄 코팅이 잘 돼 있어 해상형으로 개조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검증되지 않았다. 아파치는 함상과 사막에서 험하게 굴리는 통에 거의 새로 만드는 수준으로 전면 개수에 나서게 된 영국 사례도 있다.
◇해병대는 해외 도입 원하지만=AH-1Z 바이퍼의 경우 원형은 베트남전쟁 때부터 사용해온 AH-1 코브라 공격헬기지만 종합적인 성능은 하늘과 땅 차이인 최신 기종. 아파치와 비교해서도 전력이 70~80%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뛰어나지만 이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 육군용 수리온보다 약 20억원 비싼 마린온보다도 100억원가량 가격이 높다. 대안도 없지 않다. 미 해병대와 제작사는 중고기체인 AH-1W(미 해병대가 1990년~2000년대에 사용하던 슈퍼코브라 개량형으로 AH-1 원형보다 훨씬 강력한 기체)를 먼저 도입한 뒤 AH-1Z 수준으로 개량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도 비용이 적지 않아 신규 기체 구매와 약 50억~70억원 차이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코브라 물려받거나=해병대로서 최악은 육군이 사용하던 AH-1S 코브라헬기를 물려받는 방안. 아파치헬기의 추가 도입을 원하는 육군은 유사시 해병대 지원을 명분으로 이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 70여대가 도입된 코브라헬기는 도입물량의 절반을 다소 웃도는 수준이 운용되나 빠르게 도태되고 있다. 노후화가 심하고 부품을 구하기도 어렵다. 일부 기체가 야간전투 기능을 가졌을 뿐이라 전천후 전투도 불가능하다. 해상형으로 개조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해병대에서는 ‘2023년 도태 예정인 헬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강하다.
◇국내 개발 공격헬기로 정해질 가능성=이도 저도 마땅치 않을 경우 개발에 시간이 걸려도 국산헬기가 대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11월 첫 기체가 나올 LAH의 경우 가격이 싸고 국산품이어서 군수지원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단점도 많다.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고 항속거리가 짧은데다 해상형으로 개조하려면 또다시 몇 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KAI 측은 아예 계열화를 바라는 눈치다. 마린온에 무장을 달아 공격헬기로 사용하자는 발상이지만 개발과 검증에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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