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 전지훈련을 마치고 12일 귀국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돌아오자마자 패닉에 빠졌다.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 단일팀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북한에 제안한 상태라고 12일 밝혔다. 단일팀 구성은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 남북한 ‘평창올림픽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처음 언급한 뒤 체육계에서는 “북한 참가를 위해 우리 선수의 권리를 박탈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이후 북한이 6차 핵실험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단일팀 구성 논의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확정된 뒤 정부는 대표팀의 단일팀 구성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북한 선수 6~8명을 엔트리에 포함한다는 게 방안 중 하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엔트리는 23명. 이 중 6~8명을 북한 선수로 대체해야 한다면 4년간 피땀 흘려 올림픽 참가를 눈앞에 둔 우리 선수 일부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 우리 선수들 중에는 피아니스트·의사 등의 꿈을 중단하고 오로지 안방올림픽을 위해 몸을 던진 청춘들이 여럿이다. 이들은 다시 단일팀 이슈가 불거지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 선수들의 피해를 없애기 위해 엔트리 증원을 IOC와 국제연맹에 협조해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경우 다른 팀들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아이스하키는 선수 교체가 활발한데 엔트리가 한 명이라도 많은 팀은 그만큼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는 2월10일. 경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손발을 맞출지도 고민이다.
남북단일팀이 계획대로 구성된다면 올림픽 등 국제종합대회 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된다. 평창올림픽이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인 평화올림픽에 이보다 더 좋은 그림은 없다. 단일팀이 남북 국민과 세계에 선사할 감동도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서둘러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작 우리 선수들이 입을 상처를 돌보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일팀의 개막식 공동입장 때 들 깃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한반도기 사용이 유력해 보이는데 이 경우 개최국이 자국 깃발을 들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는다. 남북 화해라는 대의는 좋지만 살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