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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비트코인, 비튼(Beaten)코인 안 되려면

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닷컴 시대 이끈 구글·아마존처럼

가상화폐, 광풍 자정해야 생존

투자자도 블록체인부터 공부하길





블록체인이라는 생소한 기술과 이를 금융 분야에 적용한 가상화폐가 국내외 투자 시장을 휩쓸고 있다. 가상화폐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신봉자들은 데이터 분산화를 통한 선의의 다수가 스스로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어쩌면 절대선도 실현하리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 역시 분산화를 통한 공유경제 달성과 공공거래 장부 사용에 의한 거래 투명화, 정보 분산화로 인한 해킹 방지 등 탁월한 안정성, 참여자 직거래를 통한 중개인의 배제와 비용 절감 등을 설파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에 힘입어 가상화폐의 적자(適者)인 비트코인 가격도 급상승했다. 지난 2010년 5월에는 피자 두 판에 비트코인 1만개를 지불했지만 그 돈이면 지금은 할인쿠폰 없이 피자 1,000만판을 사고도 남을 정도다.

비트코인은 열정과 신비감도 선사한다. 비트코인은 이를 ‘채굴’하는 사람에게 공짜로 코인을 제공해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에 버금가는 붐을 조성했다. 밋밋하게 추첨해서 주는 것보다 훨씬 다이내믹하다. 단, 이를 얻으려면 미국 국가안보국이 설계한 SHA-256 암호체계를 풀어야 하는 신비감도 존재한다. 과거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이 신의 하사품인 금을 캐냈듯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창시자로부터 코인을 하사받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던 닷컴이나 공유 네트워크로 가치를 만들겠다는 블록체인, 모두 시대를 앞서가는 개념이다. 이전에 수많은 닷컴기업들이 버블 붕괴 과정을 거쳐 시장에서 퇴출당했지만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아마존과 구글은 지금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 가상화폐 기업들 상당수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겠지만 몇몇은 살아남아 달러화·위안화와 함께 세계 3대 화폐로 군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의문은 많다. 다수가 참여한다는 블록체인이 과연 우월할까, 가상화폐를 많이 보유한 소수를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기껏 모은 다수가 선의는 제치고 자기 이익만 챙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다. 아울러 공공거래 장부를 사용해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지만 특정 계좌 소유자의 정체도 모른 채 그 사람의 코인 개수만 알아서 현명한 판단에 무슨 도움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거래정보가 분산돼 있어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해킹이 불가능하다는데 중개소의 해킹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

누구나 가상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에 정말 모든 사람이 다 발행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도 지울 수 없다. 중개인 없이 참여자 직거래로 사고판다는데 현재 중개인들은 어떤 마법을 쓰길래 수백억~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리는가. 비트코인은 크립토 커런시(디지털 자산)라서 형태가 없어야 하는데 관련 웹사이트마다 등장하는 ‘B’자가 새겨진 금빛 찬란한 비트코인 사진은 불안한 투자자를 달래려는 징표는 아닐까.



필자는 닷컴 붐이 한창이었던 1998년 말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로펌에서 일했다. 당시 닷컴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투자를 할지 말지 계속 망설이기도 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도 그즈음에 “나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니 말이다. 당시만 해도 매우 생소했던 인터넷 상거래의 수익모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반인들이 회사이름에 ‘닷’자만 붙으면 묻지마 투자를 감행하던 행태에 대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버핏이 지난해 7월 미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아마존과 구글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이 바로 일생일대의 실수였다”고 고백한 점을 볼 때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일깨워준다.

이론과 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해도 시장에서의 성공은 결국 참여자에 의해 결정된다. 닷컴 시대 아마존과 구글처럼 가상화폐가 디지털 금융의 ‘비트(bit)’나 ‘바이트(byte)’가 되려면 현재의 투기 광풍은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역량과 생명력을 보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기 거품이 꺼진 뒤 종착역에서는 ‘비튼(beaten·두들겨 맞은)’ 코인 정도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기 닷컴 열풍을 반추해보면 투기 열풍 속에서는 함량 미달 선수들이 링 위에 대거 등장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수많은 가상화폐 역시 상당 부분이 사라지겠지만 그 중 몇몇은 아마존이나 구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누가 살아남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한때 촉망받았던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이를 제쳤던 야후마저 기술의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신기술과 투자수단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는 물론이고 정부 당국자들도 우선 비트코인의 기술적 뿌리인 블록체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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