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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평창] 윤성빈 "트랙, 다 외워주마"

8차례 월드컵서 金5·銀2

'썰매왕' 윤성빈 모의고사 마쳐

두쿠르스 1.1초 차 제치기도

15일부터 평창서 적응훈련

평창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가운데)이 생모리츠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2위 악셀 융크(왼쪽), 3위 마르틴스 두쿠르스와 함께 샴페인을 들어 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생모리츠=EPA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는 누구일까. 아직도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만 생각하고 있다면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를 잘 모르는 것이다.

‘스켈레톤 괴물’ 윤성빈(24·강원도청)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낯선 종목의 기대주를 넘어 한국 선수단 전체에서 가장 믿음직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8차 월드컵인 독일 대회를 거르고 14일 귀국한 윤성빈은 곧장 평창으로 직행, 당장 15일부터 올림픽 경기장인 2,018m 길이의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하루 네 번씩 탄다. 실전 모의고사에서는 더 이상 보여줄 게 없고 이제는 시험장 적응이 우선이라는 계산에서다. 눈감고도 탈 정도로 빙질과 커브 등 트랙의 특성을 아예 외워버릴 계획. 주행 중 급커브 때 중력의 4~5배 가속도를 견뎌내야 하는 스켈레톤 선수들은 보통 하루 세 번 주행하면 체력의 한계를 느끼지만 윤성빈은 이보다 많은 연습으로 트랙 익히기에 ‘올인’한다.



윤성빈이 출전하는 평창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는 2월15일 오전10시부터 1·2차 주행, 16일 오전9시30분부터 3·4차 주행이 진행된다. 기대대로면 설날 당일에 국내 스포츠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선사하게 되는 것이다. 월드컵 대회가 1·2차 주행으로 순위를 가리는 것과 달리 올림픽은 4차 주행까지의 기록 합산으로 순위를 정한다.

썰매는 종목 특성상 경기가 열리는 트랙에 누가 더 익숙한지가 성적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홈 어드밴티지가 가장 강력한 종목이다. 안방올림픽 전에 세계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며 마지막 훈련에 들어간 윤성빈은 당연히 금메달 1순위로 전망된다. 물론 누구나 긴장하는 최고의 무대인 만큼 실수의 여지가 있고 경쟁자 중 누군가가 깜짝 활약을 펼칠 수도 있다. 윤성빈은 “네 번 다 실수 없이 잘 타는 게 중요하다”며 “월드컵으로 연습을 마쳤다. 이제 실전 준비만 남았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지난 12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7차 월드컵에서 1·2차 시기 합계 2분14초77로 또 우승했다. 2차 때 기록한 1분7초19는 트랙 신기록이기도 하다. 32명이 출전한 가운데 은메달은 독일의 악셀 융크(2분15초64), 동메달은 윤성빈의 맞수인 세계 2위 마르틴스 두쿠르스(2분15초87·라트비아)다. 윤성빈이 나타나기 전 8시즌 연속 세계 1위를 지키며 ‘황제’로 통했던 두쿠르스는 올 시즌 7차례 월드컵 맞대결에서 윤성빈에게 2승5패의 열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 윤성빈이 독주하는 사이 각각 5위와 3위에 그치는 등 크게 흔들리고 있다. 생모리츠 대회에서 윤성빈과의 격차는 1.1초까지 벌어졌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켈레톤에서는 아주 큰 차이다. 윤성빈은 7차례 월드컵에서 금 5, 은메달 2개를 쓸어담았다. 2위 아래로 내려간 적 없을 정도로 안정감 있는 레이스를 펼쳤다.

운동에 소질 있는 평범한 고3 수험생에서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우연히 썰매를 만난 윤성빈. 불과 5년여 만에 ‘썰매왕’에 등극한 윤성빈은 한 달 뒤 평창에서의 진정한 대관식을 꿈꾸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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