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8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도 1년 반여가 흘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회사가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기보다 과도하게 추구한 나머지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이 지적돼왔다. 국내에서도 저축은행 사태와 신한은행·KB금융의 회장 행장 간의 알력 등 부실한 지배구조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자주 발생하면서 금융 안정과 이해관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온 데 따른 것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핵심 내용은 독립성·전문성·책임성을 가진 사외이사가 중심인 이사회의 경영진 감독·견제 기능 강화다. 사외이사는 금융·경제·경영·법률 등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최소 3인 이상 및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하고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도록 했다.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주요주주와 그 배우자·직계존비속 등은 사외이사에서 배제하고 있다. 경영진과 최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 대주주, 임원 등이 초래할 수 있는 회사와의 이해 상충을 감독하고 감사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임원 후보 추천위원회는 3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사외이사가 총위원의 과반수가 되도록 하고 있다. 대주주의 적격성도 주기적으로 심사하도록 하고 소수 주주의 대표소송권과 주주제안권을 강화했다. 경영승계 프로그램도 구비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정도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에도 여전히 금융회사 지배구조가 논란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핵심인 사외이사가 문제다. 사외이사가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임명되고 있지만 여전히 금융당국과 CEO로부터 독립적인가 하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17개 은행의 경우 외국계 은행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은행에서 정부 또는 국민연금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다. 정부 또는 관련 기관이 대주주인 가운데 사외이사의 24%가 금융감독원과 기획재정부 등 관가에서 내려온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소유구조·지배구조 면에서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감독당국의 직간접 규제도 많아 여전히 관치가 한국 금융을 세계 74위(세계경제포럼) 수준으로 낙후시키고 있다. 외국에서는 경영진의 과도한 위험 추구가 문제였지만 한국에서는 관치가 문제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셀프 연임’ 문제를 지적하고 금융감독원장도 CEO 후보군 선정 시 주주와 외부 자문기관의 추천을 받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금융 CEO 추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위원회’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겠다고 하고 ‘금융행정 혁신위원회’는 주주제안권 활성화,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도 권고했다. 결국 임원 추천위원회와 이를 구성하고 있는 사외이사 추천이 핵심이다.
주주제안권 행사에 상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회사는 의결권 지분 3% 이상을 보유해야 하지만 금융회사는 특례법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결권 지분 0.1%만 보유해도 이사회에 주주총회 안건 상정을 요청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은행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이 0.1%를 넘고 있어 주주제안이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이 KB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 주주제안인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해 금융권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노동조합이 경영에 개입하는 노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의 주주제안,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당국의 압박 등이 전방위적으로 행사되고 있는 분위기다. 공교롭게도 하나금융지주 회장 교체와 7개 금융지주·은행(신한·KB·하나·농협금융지주 및 우리·한국씨티·SC제일은행) 사외이사 42명 중 28명(66.7%)의 임기 만료 시점과 맞물린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당국의 선의의 취지가 오해받을 수 있는 오비이락 시점이다. 균형 잡힌 개선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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