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2~3년 만에도 세상이 급변하는 것을 느낀다. 많은 부분이 그렇겠지만 미디어 환경도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전통 언론은 빠른 속도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종이신문은 열독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열독률은 지난 1996년 85.2%에서 2016년 20.9%까지 하락했다. 특히 지금 20대의 종이신문 이용률은 7.4%에 불과한데 이들이 40~50대가 될 때 종이신문의 운명이 어떨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다양한 매체를 통한 뉴스 소비를 종합한 결합열독률은 여전히 80%를 넘는다. 다만 뉴스를 접하는 매체가 바뀌었을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년 여론 영향력 점유율’ 조사 결과 1위(네이버 20.8%)와 3위(다음 9.3%)가 인터넷포털을 운영하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두 회사의 점유율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제 종이신문의 경쟁자는 다른 신문이나 TV뉴스가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톡인 세상이다.
뉴스 열독률 80%...대중 콘텐츠 갈증은 여전
매체 다변화·난립 부작용으로 ‘가짜 뉴스’ 폭증
믿을 만한 정보에 대한 수요·가치 갈수록 커져
기업-고객 직접 소통 ‘브랜드 저널리즘’ 필요
브랜드 타깃별 맞춤 콘텐츠 제작·배포 통해
고객 신뢰 기반 홍보효과 극대화 노력해야
게다가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새로운 언론매체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지금도 국내 신문법이 적용되는 언론사가 6,000여개에 달하는데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치열한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파급력이 큰 부정적 이슈나 자극적인 뉴스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더피알의 ‘옐로우저널리즘 실태 조사(2017)’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언론사들이 신문윤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징계 건수는 총 765건에 달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으로 가짜뉴스(fake news)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변화다. SNS는 불특정 다수에게 실시간으로 공유, 확산돼 파급력이 매우 강하다. 특히 지인·친구 등 나와 가까운 상대의 SNS를 통해 정보를 접할 경우 그 내용을 의심 없이 그대로 믿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더 문제다. 언론진흥재단의 ‘일반 국민의 가짜뉴스에 관한 인식(2017)’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들에게 진짜와 가짜뉴스를 섞어 구분하도록 실험한 결과 완벽히 가려낸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또 뉴스를 접하는 사람의 76%는 가짜뉴스 때문에 진짜뉴스를 볼 때도 의심이 든다고 대답했다. 가짜가 진짜를 위협하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요즘의 미디어 환경은 춘추전국시대에 버금갈 정도로 혼란스럽다. 이러한 현실을 기업 홍보 입장에서 해석해보면 매체를 통해 기업이 알리고 싶어하는 뉴스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가능성이 과거보다 현격히 낮아졌다. 특히 연성 콘텐츠 선호도 증가로 기업에서 알리고 싶은 좋은 경영모델이나 성공사례, 긍정적 이슈들은 노출 확률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한편 또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믿을 만하면서 유익한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갈증이 커지고 있어 그만큼 홍보 기회가 많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격변의 소용돌이에서 제한된 예산과 인력을 가지고 최대한의 홍보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기업홍보 생태계와 홍보활동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기업홍보 생태계의 주도권은 언론사에서 이제 유통사로 점차 넘어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기업과 대중이 직접 소통하는 생태계로 진화할 것이다. 이에 맞춰 홍보 콘텐츠 배포도 프레스 릴리스(press release)에서 플랫폼 릴리스(platform release)로, 향후에는 프라이빗 릴리스(private release)로 바뀔 것이며 홍보활동의 경쟁력도 고급 콘텐츠를 생산하고 타깃별 맞춤운영을 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및 해외 주요기업들은 스스로 콘텐츠를 발신하고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업계 선도기업으로서의 브랜드를 주도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물론 혁신 파트너를 유인하는 매개체의 역할도 한다. 또 기존 방식에 비해 홍보활동의 확장이 쉽고 팬(fan) 구축을 통해 평판관리와 위기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 홍보 담당자, 홍보 부서의 틀을 넘어 전사 차원에서 참신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보다 임팩트 있게 만들어가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 특히 대중의 평균적 눈높이에 맞추기보다는 기업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에 부합하는 타깃 계층을 정하고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보를 가장 효과적인 포맷으로 최적의 전달수단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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