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또다시 셧다운(shutdown·부분 업무정지) 위기를 맞았다.
데드라인인 오는 19일(현지시간)까지 예산안 협상이 마무리돼야 하지만,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지소굴(shithole)’ 발언의 여파 등으로 여야 간 협상 분위기도 얼어붙었다.
앞서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21일 미봉책으로 19일을 시한으로 하는 단기예산안을 통과시켜 셧다운 위기를 피한 상태였다.
공화당 인사들은 시한인 19일까지 장기 예산안 합의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일단 단기예산안 처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 보도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여야 협상 관계자들은 17일 다시 만나 예산 협상을 재개한 뒤 18일 지도부 회동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나, 타결에 실패할 경우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현실화 된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백악관 캐비닛 룸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20여 명을 초대해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다카)과 멕시코 국경장벽건설 예산의 ‘패키지 딜’을 제안했으며,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예산안 처리에도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이어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민문제 해법을 다시 논의하기 위해 여야 상·하원 의원 6명과 만났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한 ‘거지소굴’ 발언을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민주당은 불법체류 청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예산안에 합의할 수 없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측은 셧다운 위기를 놓고 ‘거지소굴’ 발언을 한 트럼프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지자 민주당을 향해 반격하는 등 ‘네탓 공방’도 벌어졌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집무동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을 교착시킨 게 아니다”면서 “민주당이 오히려 대통령이 뭔가를 성취하는 것을 지원하지 않기 위한 구실로 이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받아쳤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그는 “민주당은 다카와 예산안 협상을 기꺼이 버릴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번 발언 파문으로 불거진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자 논란과 관련,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NBC방송의 리얼리티 쇼인 ‘어프렌티스’를 진행했던 것을 염두에 둔 듯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주의자라면 왜 NBC는 TV쇼 진행을 맡겼던 것이냐. 왜 민주당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와 그 동료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와서 돈을 달라고 간청했던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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