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극본 변상순, 연출 오현종)에서는 차동탁(조정석 분)이 악의 축이던 탁정환(최일화 분)을 처단, 공수창(김선호 분)과 송지안(혜리 분)과 오래도록 얽힌 악연을 풀고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16년 전 사건의 시초가 차동탁(조정석 분)임이 밝혀진 바. 차동탁은 방황하던 시절 탁재희(김훈 분)를 도발해 폭주 운전을 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공수창의 아버지가 누명을 썼으며 송지안의 아버지는 비리 형사로 몰렸고, 진수아(옥자연 분)은 부모님을 잃게 됐다.
종영을 단 하루 앞두고 주요 인물들이 충격적 진실에 맞닥뜨린 것. 초반부터 극과 극을 오가는 1인 2역을 소화한 조정석은 마지막까지 하드캐리를 펼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진수아와 탁정환은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고, 탁정환의 아들이자 검사인 탁재희도 차동탁의 수사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수창과 송지안 마저 진실을 알고 힘들어했다. 공수창은 “날 도와준 놈이 실은 내 인생을 망친 놈이었다”며 오열했고, 송지안 역시 자신의 아버지가 비리 누명을 쓰고 사고를 당한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차동탁과 얽혔다는 것, 또한 아버지가 죽기 전 탁정환을 만났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
차동탁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탁정환을 처단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일부러 진수아를 풀어줬고, 탁정환에게는 증거가 담긴 라이터를 넘겨줬다. 탁정환은 라이터에 몰래카메라가 달려있는 줄 모르고 자신의 범행을 고백했고, 이는 송지안에 의해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궁지에 몰린 탁정환은 차동탁을 죽이라고 진수아에게 지시했으나 결국 배신당했다.
탁정환은 끝까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발버둥쳤으나 이는 탁재희로 인해 무산됐다. 앞서 검사로서의 양심과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 사이 혼란스러워 하던 그는 결국 정의를 택한 것. 탁재희는 “검사인 제 허락 하에 진행된 일이다. 검찰은 탁정환 검사장을 살인 및 교사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비뚤어진 길을 가지 않길 바라는 아들의 마음이었다.
악은 처단했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었다. 공수창 육체의 상태가 위급해진데 이어 영혼마저 사라지기 시작한 것. 차동탁은 자신의 육체를 공수창에게 넘기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물을 뿌렸다. 잠시 차동탁에 빙의된 공수창은 미스봉(류혜린 분)에게 차동탁이 속죄를 위해 육체를 넘기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피를 내 육체에서 빠져나왔다.
기적적으로 깨어난 공수창은 기억을 잃은 척 했지만 사실 모든 것을 기억한 상태였다. 차동탁보다 먼저 조항준(김민종 분)의 납골당을 찾아가 꽃을 두고 갔다. 차동탁은 송지안과는 달달한 연애를, 공수창과는 변함없는 우정을 이어가며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투깝스’는 뺀질한 사기꾼 영혼이 무단침입한 정의감 있는 강력계 형사와 까칠 발칙한 기자가 펼치는 판타지 수사 로맨스 드라마.
두 ‘깝’들의 공조 수사부터 형사와 기자의 로맨스까지 풀어나가겠다고 자신했지만 사실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다행히 경쟁작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 지난 방송에서는 9.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만 작품성이나 화제성면에서 오래 기억될 드라마로 남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그런 ‘투깝스’를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이끈 배우가 바로 조정석. 사실상 모든 장면에 등장, 대부분의 캐릭터와 붙으며 연기를 이어온 것. 조정석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을 동시에 연기하는 것도 모자라 액션부터 멜로까지 모두 소화해야 했다. 자신과 몸을 공유하는 김선호와 브로맨스도 놓치지 않으며 보는 재미를 책임졌다.
김선호는 그런 조정석의 파트너로 안성맞춤이었다. 가벼움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조정석이 선보이는 1인 2역의 맛을 더했다. 특히 절친했던 동료가 죽었을 때, 16년 전 사건의 전말을 알았을 때 터트리는 감정 연기는 그가 단순히 가벼운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조정석과 6살 차이를 뛰어 넘을 안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혜리는 전작 캐릭터와의 오버랩, 어색한 발음 문제를 지적받았다. 특히 발음 지적은 혜리가 ‘투깝스’에서 맡은 역할이 기자라는 점에서 더욱 크게 작용했다. 베테랑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에 다소 얕은 감정연기도 약점이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성장 가능성은 엿보였지만 이와 함께 분량도 줄어들면서 활약할 기회를 크게 얻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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