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사라예보 코소보 스타디움에 좀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다. 겨울 지구촌 축제에 한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아프리카가 처음으로 참가한 것이다. 알파인 스키 종목에 출전한 세네갈 국적의 라미네 귀에 선수는 기온이 15도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나라에서 생활하는데다 돈도 없어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과가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활강에서 1분59초64의 기록으로 출전선수 77명 중 51위, 대회전에서도 108명 중 57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활강에서 52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기록이었고 대회전에서는 규정 위반으로 아예 뛰지도 못했다.
아프리카나 카리브해와 같은 적도국가는 평생을 살아도 눈 구경 한번 하기 힘들다. 눈과 얼음 스포츠의 축제인 동계올림픽에 지금까지 참여한 경험이 있는 아프리카 국가가 전체 54개국 중 8개국에 불과한 것도 당연한 이치다. 직전 소치올림픽 때는 토고와 짐바브웨 두 나라만 참가했다. 카리브해에서도 1988년이 돼서야 디즈니 영화 ‘쿨러닝’ 주인공들의 나라인 자메이카가 처음 참가했다.
아직 단 한 개의 메달도 딴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 표범 무늬 유니폼을 입은 가나의 콰메 은쿠르마 아좀퐁은 알파인 스키에서 당당히 53위에 올랐다. ‘쿨러닝’의 주인공인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1988년 캘거리올림픽에서 꼴찌를 했지만 1995년 릴레함메르 때는 4인조 종목에서 종합 14위를 기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미국·프랑스·러시아보다도 나은 성적이다. 뜨거운 열정과 도전정신이 일궈낸 쾌거였다.
동계올림픽을 향한 적도국가 선수들의 도전이 평창에서도 이어진다. 외신에 따르면 자메이카 여성 2인조 봅슬레이팀이 최근 루마니아팀을 제치고 평창 티켓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도 이번에 처음 참가하는 나이지리아와 에리트레아를 포함해 총 5개국이나 온다. 사상 최대다. 출전 종목도 다양하다. 자메이카와 나이지리아는 여자 봅슬레이에, 가나는 스켈레톤에, 에리트레아는 알파인 스키에 도전장을 냈다. 영화 ‘쿨러닝’의 감동을 평창에서 직접 볼 수 있다니 기대가 크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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