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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복무, 카드수수료 인하, 무료 교통 지방선거發 포퓰리즘 판친다

[계속되는 생색내기 정책]

당정, 소액결제 수수료 내리고 상가임대료 상한도 낮춰

선거 다가올수록 더 기승 가능성..."경제의 정치화 우려"





초미세먼지로 서울시의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돼 출퇴근 시간 버스·지하철 요금이 면제된 지난 15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초부터 6·13 지방선거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카드수수료 인하, 서울시 대중교통 무료, 군 복무기간 단축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동조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포퓰리즘은 더 심해질 수 있고 제어가 안 되면 몇 년 후 경제·사회 전반에 부메랑이 돼 날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8일 당정은 소액결제는 카드수수료를 건별이 아닌(정액제) 액수 기준(정률제)으로 매기는 것을 핵심으로 한 ‘소상공인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예컨대 5만원 이하 결제는 밴사(카드단말기를 통해 결제를 대행하는 업체)가 결제금액에 비례해 수수료를 매겨 상점주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 실시할 예정이며 정부는 약 10만개의 가맹점이 연간 270만원의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상가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인하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중 실행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 등의 경영 애로 완화를 위해 저금리 정책자금을 2조4,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공공임대상가 및 착한상가 운영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피해를 보전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용카드사가 소액결제가 주를 이루지 않는 일반 상점이나 카드 고객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8개 카드사는 372건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했고 대부분 수수료 인하에 따른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생색은 정부와 여당이 내고 비용은 전 국민이 부담하는 식이다.



서울시가 미세먼지가 극심한 15일과 17·18일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무료로 전환한 것도 대표적 포퓰리즘으로 지목된다. 매일 50억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갔지만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미미했다.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인데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세금으로 서울시장의 시정을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용은 많이 들어가는데 별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여주기 행정의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군 복무 단축도 문제다. 국방부는 3월에 세부적인 단축안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국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이라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해 국방부 자료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2017년 현역가용 자원이 30만5,000명이었는데 저출산으로 오는 2022년에는 23만4,000명, 이후 매년 2만3,000명씩 줄어들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복무기간 단축은 군 병력을 약화시키는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불과 5년 후 현역병이 모자랄 수 있는 상황이 오는데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임기 후는 생각하지 않고 당장 군인 표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국방부의 단축안 발표 시점이 지방선거를 앞둔 3월인 점도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개정된 김영란법 중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린 것도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 전체의 여론조사 결과가 현행 유지를 바라는 의견이 절반에 육박한데도 정부는 개정을 강행했다. 300만명이 넘는 농민들의 표심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상위 10%에게도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발언 역시 대표적 포퓰리즘으로 평가된다. 효과는 미미한데 세금은 매년 약 3,000억원 이상 투입되기 때문이다.

좌승희 전 서울대 초빙교수는 “정치만 있고 경제는 없는 시대”라며 “과거 수년에 걸쳐 이런 흐름이 있었지만 요즘은 특히 심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제의 정치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이벤트성, 선심성 정책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국가의 중장기 미래를 생각하는 진득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태규·하정연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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