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가 한국의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진실을 공표해도 처벌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 폐지 여부가 현 정부의 인권 수준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18일(현지시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90여개국의 인권상황을 분석해 펴낸 연례 인권 보고서 한국편에서 “명예훼손죄가 특정 발언이나 문서가 오직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진실이라는 점은 완전한 방어가 되지 못한다”며 “형법상 명예훼손죄 폐지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중요한 시험대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북한에 동조하는 이적단체를 결성하거나 이적활동을 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 국가보안법에서 정작 ‘이적활동’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있다며 이 또한 국민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HRW는 또 교육부가 성소수자·동성애 등의 내용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넣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한국에서 성 소수자의 인권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해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 제92조 6항 추행죄로 처벌하려 했다는 군인권센터 폭로 내용도 보고서에 실었다. 당시 군인권센터는 육군 중앙수사단이 전 부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육군에서 복무 중인 동성애자 군인 40∼50명의 신원을 확보해 수사 선상에 올렸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HRW는 한국 여성의 인권 문제도 언급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국 산업·정치·공공 부문에서 의사결정권을 갖는 지위의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남녀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37%에 이른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낙태금지법에 대해서도 “낙태는 최고 1년의 징역형이나 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로 인식된다”며 “징벌적이고 여성과 소녀들에게 해롭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청원에 20만명 이상이 서명한 사실을 전하며 “11월에 정부는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며 폐지 문제에 관한 답변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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