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제작사 더그룹은 “지난해 11월13일 오후 11시30분께 한전아트센터의 소방설비(스프링쿨러)가 잘못 작동하면서 무대 시설과 조명, 음향장비와 의상, 소품이 침수됐다”며 “한전아트센터가 손해배상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14~28일 공연 환불액은 물론 침수된 시설과 장비, 소품을 폐기하고 새로 구입하는데 든 비용까지 제작사가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제작사와 한전아트센터는 공연 재개 여부를 논의하면서 공연 시스템 마련에 추가로 든 비용과 공연 중단으로 인한 티켓 환불 등 피해보상 문제를 협의했다. 협의에 따라 한전아트센터가 추천한 손해사정법인에서 손해평가를 진행하고 한전아트센터는 지난해 연말까지 손해평가결과에 따라 배상을 완료하기로 했다는 게 제작사의 주장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최종 손해평가서가 제출됐지만 한전아트센터는 산정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피해보상 이행 여부와 지급 시기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공연 중단으로 인한 티켓 매출 손실에 환불금과 제작 비용 지급까지 제작사가 모두 떠안으면서 심각한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공연장의 일방적인 공연 취소나 사고로 공연이 불가능해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공연장이 져야 하지만 이를 계약에 반영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연 업계 관계자는 “보통 대관 계약 당시 공연장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제작사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도록 세부적인 계약사항을 반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관 경쟁 자체가 치열하다 보니 불리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며 “을 중의 을인 공연 단체를 보호할 수 있는 표준 계약서 마련이 시급하다”고 귀띔했다.
이에 앞서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의 창작 뮤지컬 ‘모래시계’는 지난해 9월 대구 계명아트센터 대관작 공모에 선정, 오는 3월 공연을 앞두고 있었지만 공연장의 일방적인 공연 취소로 피해를 입었다. 인사이트엔터 관계자는 “출연배우와 공연 스태프들이 대구 공연을 위해 스케줄을 비워둔 상태였는데 공연장이 계약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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