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북측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을 이끌고 21일 오전 1박2일 일정으로 방남했다. 당초 방문 일정이었던 지난 20일에서 하루 순연되기는 했지만 현 단장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2년간 닫혀 있던 경의선 육로를 이용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들어 북측 인사로서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다. 현 단장에 대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인 동시에 예술인 출신의 여성 실세를 평창 관련 방남 일정에 앞세움으로써 평창 참가와 비핵화 논의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북한의 의도를 드러냈다.
①일방적 일정 취소·재개…대화 주도권 확보 노려=북한은 19일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20일 방남 일정을 제의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19일 늦은 밤 북한은 별다른 배경설명 없이 갑자기 일정 중지를 재통보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일 오전 중지 사유를 알려달라는 전통문을 북측에 발송했고 북한은 중지 사유에 대한 설명 없이 21일 사전점검단을 보내겠다고 다시 연락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회적으로 ‘언론에 대한 북측의 불만’을 일정 번복의 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아울러 현 단장이 2015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찾았다가 중국 측과 갈등이 생기자 불과 공연 3시간 전에 취소를 직접 결정할 정도로 문화공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현 단장이 일정 조정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②경의선 육로 이동…개성공단 재개·제재 완화 희망 ‘메시지’=현 단장의 이동 경로인 경의선 육로는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의 상징이다. 북한은 2년 전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역대 최대 수위로 높아진 국제사회 제재로 북한 내부 경제사정이 어려워지자 먼저 경의선 육로를 열었다.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신년사 발표 이후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평창 참가 이후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를 노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경제신문 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정부가 ‘포스트 평창’을 생각해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건드렸지만 국제제재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 너무 많이 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며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갈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③문화·체육 앞세워 비핵화 논의 차단 의도=남북 교류의 첫 주자로 나선 현 단장은 예술인이자 여성이다. 남북대화의 주제가 평창에서 정치·군사 이슈인 비핵화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이 차단 카드로 내세웠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올 들어 남북관계 개선을 공언하고 나섰지만 철저한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 북한의 평창 참가와 남북교류 재개는 국제사회 제재 완화를 노린 이미지 개선 전략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면 비핵화 논의는 고위급 회담 당시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선평화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불쾌감을 드러냈을 정도로 이번 남북대화에 있어 사실상 금기어로 삼고 있다. 비핵화는 남북대화가 아닌 북미대화의 주제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현 단장의 방남에 맞춰 북한 언론들은 우리 측의 대북제재 입장 및 비핵화 언론 보도를 맹렬히 비난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