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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韓中日 혁신 삼국지, 패권으로 가는 길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이 폐막한 지 열흘이 흘렀는데도 뒷맛이 쓰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이 온통 중국을 위한 무대였다는 후문과 함께 우리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감까지 더해진 탓이다. 지난날 일본의 전자시대를 이끌다 쇠락의 길을 걸은 소니와 파나소닉 등이 이번 CES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로봇 분야의 강자로 화려하게 부활한 데서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읽어내야 하는가. ‘한중일 혁신 삼국지’에서 패권을 잡을 기회는 영영 사라진 것일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 2016년 기준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미국의 120개 국가 전략 기술에 대해 기술 수준과 기술 격차를 각각 평가해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 한국은 78.6, 중국은 71.1, 일본은 92.7로 조사됐다. 미국과의 기술 격차는 한국이 4.2년, 중국이 5.2년, 일본이 1.5년이었다. 한국은 일본에 2.7년 뒤지고 중국에 불과 1년 앞선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추격 속도를 감안할 때 이 차이는 올해 안에 역전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우리 민족에게 중국과 일본은 과거사에서 현재·미래까지 숙명적인 끈으로 이어진 관계다. 지금 우리나라를 옥죄고 있는 난제들의 상당 부분도 삼국 관계에서 비롯됐다. 남북 분단과 통일,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위안부 문제 등이 같은 맥락이다. ‘우리 역사에서 중국을 의식적으로나마 앞섰다고 생각했던 기간은 1980년대 이후부터 2010년 전후의 30년에 불과했다’는 회상은 이제 부질없다. 정치와 경제적 우월을 넘어 우쭐했던 30년의 동력은 바로 기술력과 혁신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마땅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050년까지 중국을 ‘현대화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집권 2기 목표를 천명했다. 특히 ‘2035년까지 경제력과 과학기술 경쟁력이 혁신형 국가의 앞자리에 서도록 하겠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중국의 꿈(中國夢)’의 실현 방안을 과학기술로 명시한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쾌재를 부른 것도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경제는 아베 신조 총리의 재집권 후 새로운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실업률이 2%대로 떨어지고 경기 확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양적완화, 규제 개혁, 일하는 방식 개혁 등 사회적 지지가 필요한 거대 과제를 균형 잡힌 리더십으로 돌파한 아베노믹스의 성공 요건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혁신 성장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경제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다. 소득을 높여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단기적 시책이다. 경제·사회·교육·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불꽃처럼 함께 일어야 3%대의 지속적 성장과 견조한 선진화가 이뤄진다. 그래서 혁신 생태계라는 개념이 중요한 것이다. 혁신이 양극화와 격차 사회의 간극을 좁히는 동력으로까지 확대된다면 혁신 삼국지의 패권을 차지하는 것도 요원한 일은 아니다. 지난 50년에 걸쳐 절치부심으로 닦아온 과학기술에 더해 ‘혁신 코리아+’를 성취해낼 전략과 정책 구상에 몰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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