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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국제인문포럼서 만난 소설가 장강명]"대북 정책, 약자에 피해 안 가게 설계해야"

南 자본·기술-北 노동력 만나도

모든 사람 현실 나아질지는 의문

대기업 총수 몇명 감옥 보낸다고

복잡한 사회 문제 해결 어려워

구조적 모순 낳는 시스템 손봐야

소설가 장강명 /나윤석기자




“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대북 정책은 약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은 방향으로 설계됐으면 합니다”

‘표백’, ‘한국이 싫어서’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장강명(43·사진)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가 급변할 때 다치기 쉬운 존재는 가진 게 많은 강자가 아니라 내일을 생각할 여력이 없는 약자들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약자는 남한에도, 북한에도 존재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씨 왕조 붕괴 이후의 북한 사회를 그린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집필하기도 한 장강명은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남한의 기술이 만나면 국가의 경쟁력은 높아지겠지만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의 현실도 함께 나아질까’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장강명의 바로 다음 작품은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다. 그것도 한 권이 아닌 두 권의 논픽션을 동시에 출간한다. 탈북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팔과 다리의 가격’과 문학 공모전 제도를 다룬 ‘문학상을 타고 싶다고?(가제)’를 오는 3월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 출판 시장은 논픽션 장르의 전통이 확고하지 않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긴장되네요. 논픽션이든 픽션이든 앞으로도 ‘독자를 재밌게 해주겠다’는 욕심과 사회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동시에 견지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두산인문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계기 국제인문포럼’의 강연자로 나선 그는 ‘분쟁 혹은 분단’이라는 제목의 세션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한국사회의 복잡한 갈등 양상을 논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묻자 장강명은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문인들이 대화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긴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떠올려 보세요. 안네 프랑크는 프로페셔널 작가가 아니었지만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바를 글로 남겼기 때문에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알릴 수 있었잖아요. 그런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읽고 쓰는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회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믿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와 구조조정, 자영업 실태 등을 다룬 연작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장강명은 “어느 정도 제도가 갖춰지고 민주화된 사회일수록 갈등 관계가 첨예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제 강점기나 독재정권 시절에는 명백한 악(惡)이 존재했으니 작가 입장에서는 오히려 수월한 면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분쟁 양상이 간단치 않은 현대사회를 묘사할 때는 이분법적인 선악 구도에 갇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노에 찬 응징과 처벌만으로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대기업 총수 몇 명을 찍어서 감옥에 보낸다고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구조적 모순을 낳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작가들 역시 지적으로 보다 성실해져야만 분쟁의 양상을 제대로 묘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사진=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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