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의 단속 직전 차에서 급히 내려 소주를 병째 들이킨 30대 남성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청주에 거주하는 A(39)씨는 지난해 4월 1일 오전 4시 30분쯤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 20m 전방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경찰을 발견했다. 급히 차를 세우고 내린 그는 옆에 있던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냉장고 안에 있던 소주 1병을 꺼내 병째 들이켰다. A씨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관 1명이 쫓아와 말렸지만 A씨는 경찰관의 손을 뿌리치고 끝내 소주 반병 정도를 연이어 마셨다. 10여분 뒤 측정한 A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치인 0.082%였다.
하지만 그가 편의점에서 마신 술 때문에 운전대를 잡았을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가 단속 수치인 0.05% 이상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검찰은 결국 A씨가 음주운전 단속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공무집행 방해 혐의)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검찰과 다른 판결을 내렸다. 이성기 청주지법 형사2단독 부장판사는 22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의 행위는 음주 측정이라는 구체적인 공무집행이 개시되기 전의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증거 인멸 행위에 가까운 행위인데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 인멸 행위는 처벌받지 않는다”고 무죄 선고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피고인이 마신 술의 양을 토대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면 운전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수사기관 조사도 있다”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지만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 구성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A씨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과학적인 방법인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0.05% 이상이 나왔다면 공무집행 방해죄가 아니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양, 알코올 도수, 알코올 비중, 체내 흡수율을 곱한 값을 남녀 성별에 따른 위드마크 계수와 체중을 곱한 값으로 나눠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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