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말뿐이었다. 뽑겠다던 전봇대는 아직도 제자리에 박혀 있고 손톱 밑 가시는 기업인들에게 여전히 고통의 근원이다. 자동차 분류체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3륜 전기자동차가 나타나질 못하고 로봇이 있어도 사람과 공동작업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5대 신산업 분야 기업 중 절반이 규제 때문에 차질을 빚었다는 조사 결과는 결코 허언이 아니다. 할 수 없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지적처럼 법령 개정 없이 해석만 적극적으로 해도 규제의 32%를 풀 수 있었다. 규제를 혁파해야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탓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유전자치료 등 38건의 과제를 ‘선 허용, 후 규제’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적용 대상으로 정하고 핀테크를 비롯한 4개 분야에는 규제 샌드박스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4차 산업혁명으로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신산업이 등장할 텐데 그때마다 법을 뜯어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도 관료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직사회를 바꾸고 규제체계도 보다 유연하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중소·혁신기업은 되고 대기업은 안 된다는 식의 이분법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혁신은 기업의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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