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 차 초반부터 ‘규제혁명’을 들고 나온 것은 규제의 대대적 철폐 없이는 민간 일자리 창출과 국민의 실질적 삶 개선이라는 국정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 ‘파이’가 커져야 고용상황도 나아지는데 파이를 키우려면 규제혁파로 혁신의 길을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 집권 1년 차에는 분배를 강화하며 정권 지지층을 다독였다면 2년 차가 됐으니 경제에 필수적인 규제혁파도 본격적으로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뜯어보면 규제혁파에 대한 고심이 묻어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어느 정부든 규제개혁을 말했지만 실제로는 잘 실천하지 않았다”며 “오늘 보고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 규제혁신을 독려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 ‘손톱 밑 가시’ 등의 발언과 같이 말만 앞세우지 않고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이다.
그동안의 규제개혁이 실패한 이유도 조목조목 짚었다. 문 대통령은 “기득권 등과 갈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국민 전체의 이익을 규제혁신의 기준과 원칙으로 삼고 접근하되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것은 대화의 장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예컨대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풀려고 해도 기존 호텔업의 반발로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그럴 때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달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례도 들며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시티·자율주행차·드론·로봇·핀테크 등 혁신성장을 이끌 선도사업들을 정해놓고도 낡은 규제와 관행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혁신성장은 구호로 그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자동차를 육성하자면서 1·2인승 초소형 전기자동차를 한동안 출시하지 못했다”며 “외국에서는 단거리 운송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기존 자동차 분류체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시를 못 했다”고 꼬집었다. 또 “협동작업장 안에 사람이 있으면 로봇은 반드시 정지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규정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규제혁신 방안으로는 ‘포괄적 네거티브’를 제시했다. 안 되는 사업만 나열하고 전부 규제를 푸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에다 △포괄적 개념 정의 △유연한 분류체계 △사후평가·관리 등을 추가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네거티브 규제보다 화끈한 규제 완화다. 문 대통령은 “신산업·신기술은 우선 허용하고 근거 규정이 있어야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를 재검토해주기 바란다”며 “신제품과 신기술은 시장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시 사후에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체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해보자”고 주문했다.
공무원의 태도 변화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신산업·신기술은 일단 돕는다는 생각부터 가져야 할 것”이라며 “특히 일선 공무원이 규정을 해석하고 적용하며 기업의 도전을 돕는다는 자세를 먼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이 신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다가 발생한 문제는 감사 등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극 행정으로 성과를 창출하면 파격적으로 보상하는 방안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혁신성장의 주역은 민간, 중소기업이고 혁신역량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샌드박스 4대 입법’도 강조했다. 정부는 △정보통신융합법 △금융혁신지원법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등 4대 법률 제·개정안을 2월 국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 입법에 난항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규제프리존법에는 반대하면서 샌드박스를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이분법적 발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태규·하정연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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