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사우디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허용을 대가로 웨스팅하우스 등 미국 원자력 업체의 수주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밸류 체인(Value chain)’이 붕괴된 미국 원자력 업계를 재건하겠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미국 원전업계의 대표 기업인 웨스팅하우스는 경영난으로 지난 2006년 일본 도시바에 인수된 후 올해 1월 다시 캐나다의 사모펀드에 팔리고 부활을 노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도 “미국이 사우디에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고 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은 하심 빈 압둘라 야마니 사우디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 원장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의에 참석해 “자체적인 농축 우라늄 생산을 통해 핵연료의 ‘자급자족’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듯 국가적 관심 사항이다. 미국이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 생산까지 허용할 가능성은 적지만 일정 부분 우라늄 농축 비율을 높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란과 중동 패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사우디로서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최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조기 도입을 결정했다”며 “사우디가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 손을 들어주고 사드와 같은 미국산 전략 무기 거래에서 ‘인센티브’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학과 교수는 “현재 사우디는 왕실 권력 이양기에 있다”며 “권력 이양기에는 체제 안전을 꾀한다. 미국과의 원자력·군사 협정 등을 통해 통치 기반을 닦으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우디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왕위를 이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우디는 오는 4월 입찰에 참여한 한국과 미국·중국·프랑스, 러시아 5개국 중 2~3개국으로 후보군을 압축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월 사우디를 직접 방문해 원전 수출 외교에 직접 나설 예정이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