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은 22일 강릉에 이어 서울의 공연장을 둘러본 뒤 현장점검 일정을 마쳤다. 우리 정부가 정부 및 민간 출연금으로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으로 현 단장 일행의 체류비용을 부담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원님 행차’와 같은 과잉 경호와 대우를 베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정부는 현송월 일행을 위해 특급호텔의 한 동을 다 비웠다고 하는가 하면 국정원은 ‘현 단장이 불편해하신다’며 언론 취재도 막아가며 심기보좌를 하고 있다”며 “정부가 북한 점검단에 보이는 행보는 지나치다 못해 굴욕적”이라고 비판했다.
현 단장을 비롯한 사전점검단은 이날 오전9시14분 KTX 임시열차를 타고 강릉을 출발해 서울역에 도착했다. 강릉에서 서울로 가는 KTX는 매시 30분에 출발하지만 현 단장 일행이 탄 열차는 일반승객이 탑승하지 않도록 임시로 편성한 특별열차였다.
현 단장 일행이 강릉에서 하룻밤을 보낸 골든튤립스카이베이경포호텔 역시 최신식 특급호텔이다. 현 단장은 경포호와 경포 해변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이 호텔에서도 최고층인 19층 이그제큐티브룸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의 일반실 가격은 평일 27만5,000원, 주말 38만5,000원이다.
현 단장 일행의 체류비용은 남북협력기금으로 부담할 예정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비용은 협력기금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비용 총액에 대해서는 “어떤 행사를 치르고 나면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정산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식령스키장과 금강산 등을 둘러볼 우리 측 방문단의 비용에 대해서는 “남북 간 상호주의에 따라 상호 편의 제공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협의 중”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현 단장 일행은 이날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체육관, 장충체육관, 국립국장 등의 현장상황을 점검했다. 이들은 특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1시간 이상을 보내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이 국립극장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 단장 일행은 일부 시민들에게도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현 단장은 이날 앞서 강릉을 떠나면서 “강릉 시민들이 이렇게 환영해주는 것을 보니 공연을 성과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현 단장은 장충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현송월 단장과 북한 점검단을 뜨겁게 환영한다’는 종이를 든 시민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현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은 오후 9시 53분께 경기도 파주 도라산 CIQ(출입사무소)를 통과해 1박 2일간의 방남 일정을 마치고 북으로 귀환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논평에서 한국당의 홍준표 대표와 장제원 대변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민족의 지향과 요구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동족대결과 권력야욕 실현에만 미쳐 돌아가는 극악한 반역의 무리”라고 비판했다.
/공동취재단·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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