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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표류하는 청년일자리정책]취업의지 없어도 "수당받자" 대거 신청…상담·교육 '소화불량'

●취업성공패키지 들여다 보니

대학원 준비생 등 줄줄이 지원

예산은 3,500억…血稅만 줄줄

“제한없는 선발 구조부터 문제”

정부의 청년 취업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가 단기 성과 위주의 전시행정으로 부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공공기관채용박람회’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권욱기자




“취업 의지가 없거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15만~20만원가량 되는 정부 수당을 받기 위해 취업성공패키지에 지원합니다. 이런 청년들에게는 어떠한 상담도 효과가 없어요. 솔직히 세금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정부의 단기 성과 조급증=서울경제신문 탐사보도팀이 취재한 한 취업성공패키지 담당 상담사는 청년층 선발 구조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만 18~34세의 연령에 해당하는 미취업 청년에게는 별다른 제한 없이 열어놓은 점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평가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청년 일자리 정책 가운데 많은 예산을 차지하는 사업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예산 낭비라는 사실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취업진단·경로설정·취업훈련 등을 실시하는 이 사업에는 지난해 1,873억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올해에는 2배가량인 3,524억원이 배정됐다. 정부가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속도에 비해 취업성공패키지 현장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사업 자체가 애초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출범했지만 일반 청년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정부의 취업 정책이 ‘소화불량’에 걸린 것이다. 애초 목적이 달랐던 사업을 정부가 무리하게 변형시켰고 게다가 매년 높은 수치를 목표로 정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의 단기 성과 조급증은 취업교육을 대가로 민간 위탁 업체에 지급하는 인센티브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정부는 2015년부터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한 청년을 최대한 빨리 취직시키기 위해 교육에 참여한 시점부터 얼마나 빨리 취업에 성공했느냐에 따라 가점을 매겨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 업체들은 취업에 대한 도움이 필요한 청년층보다는 이른바 스펙이 좋고 취업이 잘될 것 같은 청년 위주로 선발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숫자 조급증이 나은 부작용이라는 평가다.

◇청년층·취업상담사 서로 불만=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한 청년층과 상담사들은 서로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지만 이는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다. 청년층은 취업성공패키지의 경우 취업상담사·교육강사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한 한 4년제 대학 졸업자 청년은 “취업성공패키지의 경우 상담사와 강사의 질이 천차만별이어서 운이 좋으면 양질의 교육과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형식적인 상담을 받아 시간 낭비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해 취득한 자격증으로 일자리를 찾을 경우 2년제 대학 졸업자 수준으로 급여를 맞춰줘 차라리 전공에 맞는 취업자리를 구하는 게 더 나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취업상담사 역시 할 말이 많았다. 민간위탁기관에 고용된 취업상담사는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의 급여에 야근 등 업무 부담이 크다 보니 이직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었다. 마음 편하게 청년 구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상담해줄 처지가 아니다 보니 상담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소규모 위탁기관의 경우 5년 이상의 취업 상담 경력이 있는 베테랑 상담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경력 6년의 한 취업상담사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1단계 집중상담의 경우 몰릴 때는 하루 8명까지 상담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지역 고용센터에 보고할 서류 업무까지 마치면오후10시가 넘는다”며 “야근을 한다고 별도의 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상당히 허탈감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평가 방법 개선으로만 해결하려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사업계약에 있어 상담사의 처우 개선 등을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평점이 하락할 경우 민간위탁기관은 계약을 맺지 못하기 때문에 상담사 처우 개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자 “교육 등 질 떨어진다”

상담사 “업무가중에 집중 안돼”

“민간 의존·대상 인원 줄여야”



◇선발인원 줄이고 질 높여야=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증요법 식 처방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예산의 낭비와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취업성공패키지의 경우 청년취업률을 높이겠다는 목표 아래 정부가 소화할 수 있는 역량보다 과다한 인원을 배정해 민간에 교육과 훈련·취업알선 등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점이 문제로 분석된다. 실제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한 청년층은 지난 2014년 6만8,262명에서 2015년 13만3,472명, 2016년 19만2,725명으로 매년 6만명 이상 급증했다. 인원이 급증하다 보니 교육과 훈련을 민간위탁기관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업상담패키지는 전체 대상자가 20만명까지 급증하다 보니 민간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으로 커졌다”며 “질적인 부분을 개선하려면 물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선발인원을 줄이고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업성공패키지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공공의 영역에서 훈련과 취업알선을 맡아야지 취약한 민간 영역에 의존하면 안 된다”며 “통계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질적인 개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현장점검 역시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현재 고용센터 등을 통해 민간 업체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는 데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현재 취업성공패키지 교육을 받더라도 주당 30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놓았지만 현장에서 민간 업체들은 관리의 편의를 위해 청년들에게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었다. 취재에 응한 한 청년구직자는 “대학을 졸업한 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고 있어 집세 등 생활비가 필요했는데 취업상담사 선생님이 교육기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 안 된다고 해서 부모님께 생활비를 지원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속상해했다. /강동효·이지윤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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