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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김과장’부터 ‘투깝스’까지, 김선호가 겪은 고요한 성장통

무대 위에 있던 배우가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 연기라는 게 다 똑같지 않느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해왔던 연기’이기에 더 혼란스럽기도 하다. 배우 김선호가 처음 드라마에 도전한 2017년은 그랬다.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필연적인 성장통을 겪은 시기였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호는 MBC ‘투깝스’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를 동시에 소화하며 다소 지친 기색이었다.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서 끝나면 좋을 줄 알았다”던 그는 “그래도 막상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고 허하더라”라며 드라마를 마친 소감부터 전했다.

/사진=서경스타 DB




지난 16일 종영한 ‘투깝스’는 뺀질한 사기꾼 영혼이 무단 침입한 정의감 있는 강력계 형사와 까칠 발칙한 기자의 판타지 수사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김선호는 차동탁(조정석 분)의 몸에 영혼이 빙의되는 사기꾼 공수창 역을 맡았다.

‘투깝스’를 중심에서 이끌어간 배우는 단연 조정석. 차동탁과 그에게 빙의된 공수창까지 1인 2역을 소화했기 때문. 그렇기에 조정석만큼이나 김선호의 역할도 중요했다. 조정석이 연기하는 공수창과 김선호가 연기하는 공수창이 이질적이지 않도록 서로 호흡을 맞춰야 했다.

김선호는 “정석이 형이 너무 훌륭한 배우니까 비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남들보다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욕먹을 각오로 임했다. 생각보다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운이 좋았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부담을 내려놓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김선호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만족할 연기를 하며 부담감과는 거리를 뒀다. “작품의 일원이 돼서 끝날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수행하자. 인물로서 잘 살자”고 다짐했다고.

그렇다고 항상 자신감 100% 상태인 것은 아니었다. 조정석과 케미를 보여줘야 하는 터라 처음에는 주눅이 들기도 했단다. 그래도 둘이서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편해지기 시작했다고. 함께 공수창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어떤 때보다 협력이 필요했다.

“장면에 대해 상의하고 아닌 것 같으면 과감하게 아니라고도 말씀드렸다. 정석이 형이 우는 연기를 할 때 저에게 공수창이라면 어떻게 울 것 같냐고도 물어보셨다. 나중에 끝날 즈음에는 말하지 않아도 닮아있더라.”

지인들은 김선호에게 “정석이 형과 작품해서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이에 동의했다. 매체와 연극 연기의 본질이 다르지는 않지만, 테크닉에서 확실히 다른 점이 있는데 조정석과 붙어 있으면서 그런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것. 조정석 또한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 성장하고 브라운관 및 스크린에서 활약한 배우이기에 그랬다.

/사진=서경스타 DB


김선호에게 2017년은 의미가 깊은 해다. 인생 첫 드라마인 ‘김과장’부터 ‘최강배달꾼’ ‘투깝스’까지 세 작품 연달아하며 같은 해에 조연부터 주연까지 올라섰고, ‘MBC 연예대상’에서는 신인상과 우수상을 받으며 2관왕을 달성했다.

“신인상 받았을 때는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 우수상을 받았을 때는 과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때문에 못 받게 된 분들에게 죄송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떤 PD님이 투표로 우수상을 선정했는데 저를 뽑으셨다며 너무 기쁘다고 해주셨다. 듣고 울컥했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상을 받아들이게 됐다.”

‘김과장’ ‘최강배달꾼’ ‘투깝스’를 거쳐 오며 고생했던 나날을 상으로 보상받았다고 설명해도 될까. 김선호에게 2017년은 기쁨도 컸지만 그만큼 힘들기도 했던 한 해였다. 그는 “사실 ‘김과장’때는 조금 힘들었다”며 어려움을 느낀 당시를 회상했다.



“연기를 내 눈으로 본다는 일이 끔찍하더라. 너무 명확히 보이니까 멘탈이 흔들렸다. 카메라 앵글이나 각도 등 다른 것에 신경 쓰다 보니 연기가 안 좋아졌다. ‘김과장’을 끝내고 더 공부하고 오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그때는 진짜 죽고 싶었다.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싶었다. 그런 고민을 주변에 털어놓기도 뭣해서 혼자 속 앓이를 많이 했다.”

그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너보다도 못한 놈이 있다. 얼마나 했다고 벌써 안 한다고 하냐. 창피하지도 않냐’라는 말이었다. 이를 들은 김선호는 한두 달 정도 털어내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오디션에 도전했다. 그렇게 하게 된 작품이 ‘최강배달꾼’이었다.

“정말 행운인 게, ‘최강배달꾼’에는 선배님들보다 또래들이 많았다. 마음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투깝스’에서는 좋아했던 사람, 존경했던 사람과 함께 하니까 또 배우게 됐다. 새로운 경험들이 쌓였다. 다행히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조금씩 연기에 집중하게 되더라.”

그렇게 김선호는 격변기를 보냈다. 이미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았음에도 브라운관으로 넘어오며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지상파 드라마 세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대로를 거닌 것처럼 보였겠지만, 그동안 김선호는 성장을 위한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맘대로 힘들다는 소리도 낼 수 없는 고요한 성장통이었다.

/사진=서경스타 DB


김선호라는 배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그가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에 매력을 느꼈다는 것. “무대에서는 가끔 관객에게도 지향점이 갈 때가 있는데 카메라 앞에서는 온전히 상대배우와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그는 집중해서 연기를 하고 ‘컷’ 소리를 들을 때 희열을 느낀다고.

“현장의 모두가 숨죽여본다는 데서 소름 끼치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재미있는 연기를 했을 때 다들 참다가 ‘컷’하고 나서 막 웃으면 가족적인 분위기가 나는 거다. 늘 같이 지내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옆에서 연기를 보고 즐거워 해주고 북돋아 준다는 게 좋다. 이래서 드라마나 영화를 하는구나 싶었다.”

기술적인 부분에 적응하니까 본래의 내공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연기에 대부분이 호평을 보냈다. 그래도 본인에게는 아쉬운 점이 보이나 보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성장을 약속했다. 김선호는 스스로를 가장 흔드는 것으로 “변화하는 모습 그 자체”를 꼽을 정도로 노력을 멈추지 않는 배우였다.

“변하는 걸 보는 게 즐겁다. 최근에 (박)소담이 공연(‘앙리 할아버지와 나’)을 보러 갔는데 ‘김선호 연기 많이 늘었네’라고 하더라. 내가 어떤 위치에 있고 얼마만큼 연기를 하는지 알고 있다. 차근차근 늘어가는 게 희열이다. 부자연스러움이 있었다면 이유를 스스로 찾거나 조언을 들으면서 극복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이걸 해냈구나’하는 마음에 계속 연기를 하는 것 같다.”

김선호는 드라마와 연극을 넘나드는 중이다. 본인은 공연을 놓고 싶지 않지만 소속사에서는 당분간 드라마에 집중하고 싶기도 하다. 조금 입장 차가 있지만 그래도 걱정은 없다. 김선호가 목표하는 것은 인지도나 티켓 파워 등이 아니다. 함께 하는 동료들에게 신뢰를 주고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단다. 그렇기에 어떤 길이든, 결국 그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다음 작품에도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지점에서도 그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거다. 어떤 배우든 부진했던 작품도 있고 부족했던 연기도 있지 않나. 그런 것을 다들 채워나가시더라.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시청자나 관객에게는 진짜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드리고 싶다. 슬픈 연기든 힘든 연기든 진짜 즐거워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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