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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남북단일팀, 올림픽 정신보다 정치 앞세운 행태"

■'미중전쟁' 출간한 작가 김진명 인터뷰

대화에만 매몰 대북제재 지연시켜

정의 관념 안맞고 외교로도 패착

'미중전쟁' 북핵 따른 안보위기속

대한민국 생존전략 모색한 소설

北 핑계로 '中과 전쟁'이 美속내

소설가 김진명 /권욱기자




소설가 김진명 /권욱기자


“한국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선수 개개인의 땀과 눈물이 무엇보다 빛나야 하는 올림픽 정신보다 정치를 앞세운 행태입니다.”

최근 ‘미중전쟁’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60·사진)은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단일팀 구성은 재론의 여지 없이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단일팀 구성을 놓고 터져 나오는 한국 선수들의 반발과 관련해서는 “과거에 내가 쓴 작품인 ‘고구려’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오지만 한 명의 백성도 돌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만백성을 보듬을 수 있겠느냐”고 쏘아붙였다.

“단일팀 합의는 선수들의 노력을 짓밟는 처사라는 측면에서 우선 정의 관념에 어긋납니다. 이뿐만 아니라 간·쓸개 다 내주고 입고 있던 옷이라도 벗어줄 것처럼 너무 수월하게 북한을 향한 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외교 전략으로도 패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좌우지간 한국과 ‘평화 무드’를 조성하면서 미국의 공격이라는 공포를 누그러뜨리고 국제 사회의 제재도 지연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입니다.”

물론 김진명이 남북 대화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북핵에 대해 싸늘하고 냉정한 시선을 견지하면서 한편으로는 물밑에서 ‘손잡고 함께 나가자’는 대화 기조를 병행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 정부의 대처는 후자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예정된 상황”이라며 “정치·외교적 긴장도가 높은 동북아에서 올림픽이 이어지기 때문에 평창올림픽을 (평화 조성의) 기회로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은 맞다”는 점도 덧붙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황태자비 납치 사건’, ‘한반도’ 등 숱한 화제작을 보유한 김진명은 국제정세를 내다보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로 20년 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작가의 최신작인 ‘미중전쟁’은 북핵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안보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위해 취해야 할 전략을 모색하는 소설이다. 김진명이 보기에 북한의 핵 도발을 향한 미국의 으름장은 일종의 핑계이자 구실일 뿐이다. 작가는 북한의 도발을 도화선으로 선제타격의 명분을 얻은 뒤 중국과 한판 전쟁을 벌이는 것이 미국의 진짜 속내라고 파악하고 있다.

“미국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인해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의 지위가 위축되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미국이 누려왔던 달러의 독점적 지위 약화로 세계 주요 원자재를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도 거래할 수 있게 되면 미국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핵을 일종의 핑계나 구실로 삼고 중국과 보호무역 전쟁을 한판 벌이고 싶어하는 게 미국의 숨은 의도입니다. 최근 미국 국방부가 국가안보 전략으로 중국을 주적(主敵)으로 규정한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소설의 설정과 디테일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묻자 “내 작품에 순수한 허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진명은 “소설의 설정과 작품이 제시하는 비전은 모두 뿌리가 있고 원전이 있다”며 “내밀하고 충실한 취재를 통해 국제역학 관계 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게 내가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작가는 “북한이 핵을 가졌으니 우리도 가져야 한다는 건 유치하고 현실성도 없는 논리”라며 “무기 몇 개 더 가진다고 국가 안보가 지켜지는 게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북한이 나쁜 나라이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세계가 북한을 견제하고 제재하는 것입니다. 남한이 어느 날 핵 무장을 추진한다고 해도 똑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안보 위기라는 난관을 돌파해야 하는 대한민국 입장에선 군사 동맹과의 신뢰를 굳건히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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