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다보스에 가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돈을 미국에 쓰라고 말하겠다”며 “미국에 다시 투자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공정한 호혜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WEF에서) 각국 정부가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자유무역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4일 미국 대표단으로는 처음으로 다보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최근의 달러 가치 약세는 무역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에 좋다”며 일본 등 주요 무역 상대국의 우려에 별반 개의치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상징하는 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의 기수인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워온 미국 언론들은 한목소리로 “우려가 실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화의 ‘그라운드 제로(중심지)’에 미국 우선주의 메시지를 들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WEF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은 벌써부터 미국의 우선주의 정책을 앞다퉈 성토하고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과 관련해 “나프타가 전 세계 경제에 이로운지를 우리 남쪽 이웃 국가(미국)에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는 답이 될 수 없다”며 “세계가 분열된다면 (양극화 등) 당면한 문제를 풀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선 각국의 공조도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인 ‘포괄적·점진적 TPP(CPTPP)’의 11개 회원국은 이날 협정문을 확정하고 오는 3월8일 칠레에서 서명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회원국들이 CPTPP에 대한 대략적 합의를 봤을 때 4대 쟁점 사항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문제에 대해 협정문과는 별도의 부속문서를 만들어 추후 협의하도록 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세이프가드 발동을 발표한 지 수 시간 뒤 다보스에서 “(CPTPP가) 캐나다 노동자에도 도움이 되는 올바른 협정으로 글로벌 무역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은 “CPTPP는 미국 우선주의를 견제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보스=김희원기자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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