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왕국’ 일본에서 사양산업 취급을 받던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일명 ‘백색가전’ 시장이 20년 만에 호황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일본전기공업회(JEMA)는 지난해 백색가전 출하 규모가 전년 대비 2% 증가한 2조3,479억엔(약 22조8,000억원)으로 지난 199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백색가전 출하가 2년 연속으로 증가한 데는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에어컨과 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3개 품목의 회복세에 힘입은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고성장을 지속하던 일본의 백색가전은 2000년대 들어 심각한 불황에 빠져 1996년 2조6,000억엔에 달하던 출하 규모는 2000년대 들어 2조엔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2010년 이후에는 2조2,000억엔대를 회복했으며 지난 2년 연속 판매 증가에 힘입어 20년 전 수준으로 올라섰다.
고사 직전으로 내몰렸던 일본 백색가전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건강·미용 등으로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취향이 바뀌면서 고가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맞벌이 부부 증가로 장보기 등 가사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550ℓ 이상의 대용량 냉장고 등의 제품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Gfk재팬에 따르면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주요 3개 품목의 평균 판매단가는 2012년 대비 1만4,000엔 이상 높아졌다.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 증가도 소비자들이 고가 제품에 지갑을 여는 데 한몫하고 있다. 특히 성능과 디자인에 집중한 신흥 메이커들의 약진이 소형가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판매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발뮤다의 토스터기는 2만2,900엔의 고가에도 지난해까지 누적 43만6,000대를 판매했다. Gfk재팬에 따르면 토스터기의 평균 판매단가는 2015년 대비 27.3% 증가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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