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마더’에서는 섬마을 선생님 수진(이보영)과 엄마의 애인으로부터 학대를 받는 초등학생 혜나(허율)의 첫 만남이 전파를 탔다.
둘의 첫 만남은 건조하기 그지없었다. 학교에서 기르던 오리가 죽자, 아이들은 오리를 위해 편지를 썼다. 그 과정에서 수진은 종이에 낙서만 하고 있는 혜나를 발견했다. 혜나는 왜 편지를 쓰지 않느냐고 묻는 수진에 “죽으면 편지를 못 읽어요, 선생님. 사실은 하늘나라도 없는데”라고 답하며, 상처 가득한 아이의 모습을 드러냈다.
첫 만남 이후 수진은 혜나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혜나가 아이들에게 더럽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자, 수진은 손톱깍기를 사다 주며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할까. 스스로 돌봐야 해. 많은 아이들이 그렇게 해”라고 조언한다. 차가운 말투 속에 걱정이 살짝 묻어났지만, 여전히 그녀는 냉정하고 차가운 선생님이었다.
그런 수진 마음이 혜나의 학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초반까지 수진은 혜나의 학대 사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료 선생들과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수진은 “혜나의 얘기를 더 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세상에서 유일한 혈육인 엄마를 배신하는 게 두렵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기 창피하다고, 겁이 난다고 혜나가 얘기하는 것 같은데”라고 건조하게 말했고, 동료 선생은 그런 수진을 선생답지 않은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혜나의 학대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혜나는 엄마 자영(고성희)의 애인 설악(손석구)에게 반복적인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설악은 혜나 귀에 야구공을 던져 상처를 입혔고, 혜나를 구타하고 쓰레기 봉투 안에 넣어두기도 했다. 또, 혜나가 더럽다며 입에 립스틱을 억지로 바르고 향수를 뿌려댔다. 설악은 겁을 먹은 혜나에게 “울면 너 죽는 거야. 그 눈물 떨어지면 너 죽는 거야. 조금이라도 소리 내면 너는 죽는 거야”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모진 학대에도 혜나는 엄마를 위해 학대 사실을 감췄다. 혜나는 학대 사실을 확인하러 온 선생 수진과 예은에게 “제가 원래 잘 넘어져요”라며 먼저 나서 이를 부인했고, 예은이 엄마 자영을 의심하자 일부러 뛰어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혜나는 햄스터 찡이를 데리고 캐리어 가방 안에 들어가 지퍼를 잠그고 그 안에서 마음을 달랬다.
둘의 첫 도주 역시 혜나의 서글픈 학대에서 비롯됐다. 설악이 혜나에게 억지로 립스틱을 바른 날, 집에 돌아온 자영은 이를 보고 오히려 혜나의 머리를 가방으로 내리친다. 그리고 “더럽다”며 혜나의 립스틱을 지우곤 집 앞 쓰레기 봉투에 혜나를 넣어두고 설악과 영화를 보러 떠난다.
그 시간 혜나가 떨어뜨리고 간 수첩을 주운 수진은 이를 읽어보다가 혜나를 생각하게 되고, 혜나 집에 찾아갔다가 쓰레기 봉투 속 혜나를 발견한다. 놀란 수진은 혜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고, 깨어난 혜나에게 뭐가 하고 싶냐고 묻는다. 혜나는 “철새 보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혜나는 앞서 철새를 함께 보러 가기로 했던 수진이 외국으로 떠나는 것을 알고 서운함을 느꼈던 바.
이에 수진은 다음날 아침 혜나를 데리고 철새를 보러 간다. 바닷가에 나란히 앉은 둘은 날아가는 철새를 바라본다. 혜나는 수진에게 다섯 살 때 4층에서 삼촌에게 떠밀려 죽은 친구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은 그 친구의 이름을 잊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 한다. 혜나는 “옹달샘반 친구들이랑 선생님이 그 애 이름을 잊어버려도 난 안 잊어버릴 거예요. 걔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거든요”라고 말한다.
그러던 혜나는 바다로 뛰어 들어가 날아가는 철새들을 보며 “얘들아! 어디 가니! 나도 데려가줘! 멀리 하늘 나라에!”라며 울먹인다. 이를 본 수진은 바다로 뛰어가 혜나를 끌고 나오고 혜나에게 자신과 함께 떠나자고 얘기한다.
수진은 “잘 들어. 내가 널 데려갈 거야. 아무도 모르는 몇 천킬로 멀리로. 싫으면 안가도 돼.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거야. 엄마도 볼 수 없을 거고. 근데 집에 다시 돌아가면 키다리 유치원 친구처럼 되는 거야”라고 말한다.
이에 혜나는 “아이는 엄마 없이는 살 수 없어요? 엄마가 나를 쓰레기통에 버렸어요”라며 울먹인다. 수진은 “살 수 있어. 살 수 있도록 내가 도울 거야. 이젠 네가 엄마를 버리는 거야. 할 수 있겠니?”라고 답하며 첫 회는 마무리된다.
첫 방송에서 그려진 수진과 혜나의 모습은 유독 닮아있었다. 무미건조한 톤에 기쁜지 슬픈지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 혜나가 점점 신경 쓰여 고민하는 수진의 모습에서도 극적인 감정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수진의 고민이 더 진심으로 다가왔고, 섬세하고도 고요한 감정 변화 속에서 수진의 심리는 오히려 더 격하게 느껴졌다.
혜나의 모습도 마찬가지. 혜나는 설악으로부터 모진 학대를 당하면서도 이를 묵묵히 감내하는 아이로 그려졌다. 여느 비극의 아이처럼 엉엉 울지도 않았고, 또 여느 신파의 아이처럼 억지로 씩씩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혜나는 수진과 같이 대부분 무미건조한 표정 안에서 약간의 기쁨과 슬픔을 표현해냈다. 그래서 혜나의 상처는 더 깊고 진하게 다가왔다.
다음 회에는 수진과 함께 엄마를 버리고 떠나는 혜나의 모습이 방송된다. 건조하지만 먹먹하고, 차갑지만 가슴 시린 둘의 첫 만남처럼 그들이 진짜 모녀가 되는 과정이 어떻게 그려질지 주목되는 바다.
한편, tvN 수목드라마 ‘마더’는 매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서경스타 오지영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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