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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깊은 여야 "정현에게 한 수 배웠다"

민주당 "세리머니 생각하다 위기 왔다는 말 곱씹어야"

한국당 "슬럼프 딛고 부활...우리도 새롭게 시작하자"

국민·바른 "승리위해 폼 바꾼 정현처럼 변해야 생존"







여의도 국회가 테니스 신성(新星) 정현 이야기로 왁자지껄하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과 스토리를 정당 이미지에 심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의원들 자신과 정현을 오버랩시키며 어필하기도 한다. 학연·지연 등을 내세워 친분 과시에 나서는 모습도 보인다. 이른바 ‘스포츠의 정치학’이다.

높은 지지율을 향유하다가 최근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는 계기로 삼고 있다. 정현의 발언과 행동을 보고 혹여 자신들이 자만과 오만에 빠지지 않았나 되돌아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승리 세리머니를 생각하다가 위기에 처했다는 정현 선수의 말을 곱씹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보인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그동안 최저임금, 부동산 대책에 대해 강공을 펼쳤지만 최근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한 자기반성이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정현은 체력이 강하고 기량도 뛰어나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는 놀라운 멘털이 돋보였다”며 “정치 역시 지지율이 올라갈 때도 있고 떨어질 때도 있으니 이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항심(恒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도 민심을 두려워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낮추면서 겸손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전 정부의 실책에 따른 기저효과도 상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현의 세리머니 발언은 ‘이제 파티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슬럼프를 딛고 일어선 정현의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한국당은 존재감이 없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추진하는 통합신당보다도 지지율이 낮다. 혼자 힘(의석수)만으로는 과속 질주하는 민주당을 제어하기가 힘들다. 수레바퀴 앞의 사마귀 신세다. 무명선수 생활과 슬럼프를 딛고 정상에 올라선 정현은 한국당에 있어 롤모델이다. 김용태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정현 선수는 자신을 믿되 실패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했다”며 “한국당도 기존의 관성과 가치관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려는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겼다”고 말했다. 절치부심의 결기가 묻어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이를 계기로 지방선거에서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정현의 승리를 보면서 희망을 얘기할 수 있게 됐다”며 “나락으로 떨어진 우리 당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고 평했다.

대안 정당을 내걸고 통합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바른정당도 정현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당 내외의 반대와 우려 속에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 이미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승률을 높이기 위해 자세와 폼을 바꾼 정현처럼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지루한 시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피 말리는 시간을 견뎌냈다”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진심뿐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통합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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