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되는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유령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50대 가장은 왜 할복을 했나?’ 편이 전파를 탄다.
▲ 시너와 바리케이드, 그리고 할복
창문마다 유리가 깨져있고, 가게 간판은 너덜너덜 뜯겨져 있는 서울 한 동네. 지금은 폐허처럼 변해버린 이곳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왔다는 조한정(59세) 씨. 그는 지난해 11월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할복자살을 시도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조 씨는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다행히도 칼은 조 씨의 심장을 가까스로 비껴가 생명을 위협하진 않았으나,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게 됐다.
“그때 반드시 죽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제 가슴에 제가 칼을 찔렀구요 … 다른 선택의 방법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조한정 씨 인터뷰 중.
같은 동네에 사는 심대구(71세)씨는 최근 집주변에 CCTV를 설치했다. 심 씨 부부는 CCTV를 통해 집근처에 못 보던 차량이 나타날 때마다 차량번호를 적어둔다. 대문은 추가로 설치한 자물쇠로 이중삼중 잠겨있고, 마당엔 여기저기 ‘시너통’이 준비되어 있다.
“그 놈들이 언제 처들어올지 모르니까...지난 번에도 갑자기 문 부수며 들어오려고 했거든..”
- 심대구 씨 인터뷰 중
‘유령 마을’처럼 변해버린 동네에서 자신의 집을 ‘요새’삼아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 이들은 왜 이 추운 겨울에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내 눈물이 불쌍하냐, 네 눈물이 불쌍하냐’...눈물들의 전쟁
1년 반 전 이 동네를 떠났던 이미란(가명)씨는 얼마 전 자신이 살던 집에 찾아와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다 부서져 폐허가 되어버린 옛 집. 하지만 그 위에 지어지기로 했던 새 집은 언제쯤 완성될지 알 수 없고, 그 때까지 꼬박꼬박 나갈 비용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조한정 씨와 심대구 씨처럼 동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가야 새 아파트 단지를 지을 수 있다는 것.
“내 눈물이 불쌍한지, 네 눈물이 불쌍한지...의 싸움을 동네 사람들끼리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떠나간 사람들, 남아 있는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않고 피눈물을 뿌리고 있는 이곳은 서울 성북구 장위 7구역 재개발 지역이다.
이번 주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용산 참사’ 9주기가 된 2018년에도 여전히 불합리한 재개발정책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사진=S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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