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다른 결합 방식도 있다. 영국군은 대검을 총열에 끼워 사용한다. 대검 손잡이를 총열에 끼우는 방식으로 특이해 보이지만 가장 오래된 결합 방식이다. 총이 처음 등장한 14세기 중반 이후에도 유럽 각국은 총병(소총수)과 창병(장창·pike 운용병)을 따로 운용했으나 15세기 후반 프랑스 바욘 지방에서 창의 길이를 줄여 총구에 끼워 넣어 급할 때 창으로 운용하는 방식을 개발한 후 전투의 양상이 바뀌었다. 대검의 영어 단어가 ‘bayonet’인 것도 처음 사용된 지역 명칭에서 유래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착검 방식이 등장했다. 총열에 칼을 씌우는 방식, 즉 영국군의 현재 총검 결합 방식이 17세기부터 19세기 후반까지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거추장스럽게 대검과 소총을 결합하기보다 아예 총열에 뾰족하고 긴 날을 상시 장비하되 평상시에는 접는 방식도 등장했다. 구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사용하는 AK 소총 계열은 아직도 이러한 결합 방식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북한도 이런 식의 칼날을 단 소총을 보유, 운영하고 있다. 백병전 상황에서 찌르고 베는 데 상당한 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운용 병사들이 다치기 쉽다는 게 단점이다.
서방국가들이 접이식 대검을 거의 쓰지 않게 된 것은 인도주의보다도 변화한 작전 환경 때문으로 보인다. 칼을 써야 하는 근접전에서는 부무장으로 권총을 휴대하고 칼은 다용도로 쓰자는 생각이 퍼지며 소총과 대검의 결합을 포기하거나 대검과는 별도로 칼을 보급하고 병사들의 개인구매 시 지원하는 나라들이 늘어났다. 서방국가들을 기준으로 볼 때 대검의 시대는 저물고 생존용으로 군용 칼이 각광받는 기류다.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고 평상시 정신력 강화를 위해 총검술이 중요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장병들이 실제로 필요한 무기가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이 이번 특수전 칼 도입 논란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적인 추세와 전술의 발전 단계를 감안하고 임무별로 특전용 칼을 선정하는 전문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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