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무관의 한을 푸는 데 11년이 걸렸다.
지난 27일 호주오픈 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8·덴마크)는 2007년 프랑스오픈에서 처음 메이저대회 본선을 경험했다. 19세였던 2009년에 US오픈 결승에 진출하는가 하면 이듬해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지만 첫 메이저 우승은 메이저 첫 본선 경험 뒤 11년 뒤에야 허락됐다.
27일 호주 멜버른에서 세계랭킹 1위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를 2대1(7대6 3대6 6대4)로 이긴 세계 2위 보즈니아키는 “이 순간을 수년 전부터 기다려 왔는데 드디어 오늘 꿈이 이뤄졌다”며 “이제 ‘메이저 우승 없는 1위’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됐다”고 감격해 했다.
2012년 1월까지 세계 1위를 유지한 보즈니아키는 이후 경기보다는 ‘열애’ 소식에 더 자주 등장했다. 골프스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교제를 시작하면서 한동안 ‘골프-테니스 세계랭킹 1위 커플’로 유명세를 치렀다. 둘은 그러나 2014년 5월 결별했고 보즈니아키는 그해 US오픈 준우승을 끝으로 내리막을 탔다. 2016년에는 세계랭킹 74위까지 떨어졌다. 발목 부상 등으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5년부터 2016년 윔블던까지 7개 메이저대회에서는 2015년 윔블던 16강 한 번을 빼고 모두 2회전 이전에 탈락했다.
이후 2016년 US오픈 4강을 시작으로 조금씩 전성기 기량을 회복한 보즈니아키는 메이저 43번째 출전인 이번 무대에서 마침내 한풀이에 성공했다. 보즈니아키의 우승은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최다 대회 출전 메이저 첫 우승’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는 세계 1위도 6년 만에 탈환해 1968년 이후 가장 긴 공백기를 딛고 1위에 복귀한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이비드 리(미국)와 약혼한 이후 첫 출전한 메이저에서 정상까지 달린 것이다.
결승 상대인 할레프는 메이저 우승 없는 1위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1위 자리를 보즈니아키에게 내주게 됐다. 할레프는 “경기가 끝나고 울었지만 지금은 웃을 수 있다”고 감정을 억누르며 “이번에도 (메이저 우승) 가까이 갔는데 마지막에 체력이 다 떨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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