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정부 부처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하며 올해의 국정 운영 기조를 전(全) 부처와 공유하는 데 힘을 쏟는다.
가상화폐 정책, 아파트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의 주요 현안을 놓고 부처간에 혼선을 빚거나 엇박자를 연출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차원에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창출 문제와 관련해 유관부처의 정책 추진 의지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타한 데 이어 부처간 혼란으로 국정 아젠더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내각에 대해 군기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노동시장 진입 인구가 대폭 늘어나는 향후 3∼4년 동안 한시적으로라도 특단의 실효성 있는 청년 일자리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 문제는 더욱 절망적인 고용 절벽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인식 하에 비상한 각오로 더 과감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종합수립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추진해달라”고 강도 높게 주문한 바 있다.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정부 부처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한다.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주재로 장·차관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워크숍은 청년고용처럼 유관부처의 정책적 의지를 다독이고 범정부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하도록 ‘독려’하는 의미로 보인다. 이번 워크숍은 책임총리 구현 차원에서 정부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문 대통령이 직접 받지 않고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맡기는 대신, 대통령 주재 회의를 통해 각 부처의 주요 업무보고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이나 권한대행이 새해 업무보고를 받지 않고 총리가 보고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각 부처의 주요 보고 사항은 다른 부처의 장·차관도 인지할 필요가 있어 대통령 주재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가상화폐 정책 등 주요 현안과 업무에 대한 각 부처의 입장을 정부 전체가 공유해 부처 간 혼선을 야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의미도 내포된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 대책이나 영유아 영어교육 정책 등에서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 마치 다 결정된 것처럼 튀어나가 버렸다”며 “문 대통령은 장·차관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러 부처가 관련된 정책일 경우 각 부처의 입장이 다른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부처 간 협의와 입장조율에 들어가기 전에 각 부처의 입장이 먼저 공개돼 정부 부처 간 엇박자나 혼선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부처 간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조율된 의견을 도출하기 전 개별 부처의 설익은 입장이 공개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정부 부처가 한몸처럼 움직여 ‘조율된’ 목소리를 내도록 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12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올림픽 개막 전 막바지 점검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지난주 남북의 선발대가 각각 방북·방남하고 북한의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해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입소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한 선수들의 스키 공동훈련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선수들이 북한으로 넘어가 첫 공동훈련을 하는 행사인 만큼 청와대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30일부터 가동하는 2월 임시국회에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법안 상당수가 국회에 계류돼있을 뿐만 아니라 개헌 추진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고,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정치권의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