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누구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느 부처가 부동산 대책의 사령탑인지부터 헷갈린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럴 만하다. 두 부처 사이에 정책 교감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김 장관의 ‘오럴해저드(oral hazard·언어의 해이)’가 사달을 낸 측면이 크다. 국토부가 재건축 정책의 주무부처이기는 하다. 법규 등 정책 수단도 여럿 있다. 하지만 부동산 대책은 주택수급 외에도 금융·세제 등과 연계돼야 하고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제사령탑인 기재부와 충분한 협의가 뒤따라야 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재건축 연한 연장 역시 장단점이 모두 존재한다. 발등의 불인 강남 재건축의 과열 진정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이다. 하지만 강북 재건축까지 위축시켜 강남·북의 가격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되레 강남 아파트의 희소성을 더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가상화폐 대책을 두고 빚어진 정책 혼선을 질타한 바 있다. 물론 부처마다 특정 정책에 대한 입장과 견해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부처 사이에 조율되기는커녕 협의조차 안 된 사안을 불쑥 입밖에 내뱉는 것은 부처 이기주의이자 정부와 정책의 신뢰 상실을 자초하는 길이다. 부처 종합처방이 요구되고 사안의 휘발성이 큰 부동산 정책은 더욱 그렇다. 정책 신뢰성부터 흔들리면 부동산 처방은 백약이 무효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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