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내구 연한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1월1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재건축 연한 연장은 지금으로서는 정해진 정책이 아닙니다. 부정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 상당히 신중히 검토할 생각입니다.”(1월2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주요 정책들에 대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이 불과 며칠 사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의 혼선과 이에 따른 불만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30년인 재건축 사업 연한 연장을 둘러싼 논란이다. 불과 한 달도 안 된 기간 동안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장관이 상반된 내용의 발언을 했고 국토부 안에서도 다른 발언이 나왔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를 믿기 어렵다는 불신과 함께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정리되지 않은 발언으로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 연장을 시사해 이제 막 재건축에 들어가려던 단지 주민들은 ‘폭풍 전야’ 같은 상태”라면서 “본인들이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왜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지 불만이 큰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30년인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늘어날 경우 이제 막 연한을 채워 재건축 사업에 나서려고 했던 곳은 통상 10년 정도인 재건축 사업 기간을 감안하면 앞으로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단지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건축 연한 연장과 관련된 정책 혼선은 오래된 아파트와 새 아파트 간의 가격 차 우려도 낳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의 한 주민은 “재건축 자체를 차단한다면 지금도 30년이 넘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주거 환경이 악화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오래된 아파트는 이제 인근 신축 아파트와 비교돼 매매는 물론 전세 수요도 급감할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8·2부동산대책’에 따라 지난해 11월 적용 요건이 완화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8일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가 “단기적으로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의 해법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바로 다음날(9일)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적용하겠다”며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대한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발언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9월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보유세를 인상하는 문제를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가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부동산 보유세도 정책 변수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19일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택 세 채를 보유한 사람의 재산가액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같이 균형 잡히게 봐야 한다”며 고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박경훈·이완기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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