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피해자가 특정되면 원칙적으로 구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억울한 탈락자가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29일 수사 결과 채용비리로 인해 최종합격자가 뒤바뀌어 피해자가 특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구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정합격자도 퇴출한다는 원칙을 고려하면 정부는 억울하게 탈락한 이들에게 늦게라도 취업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채용비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회복하려면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채용비리로 인해 부정합격자가 발생하고 동시에 억울한 탈락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등으로 확인돼야 한다. 아울러 능력대로 전형했을 경우 채용됐어야 할 지원자가 누구인지를 특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문제를 일으킨 공공기관이 전형과 관련된 기록을 제대로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애초에 특정인을 뽑기로 작정하고 형식적인 전형을 진행해 나머지 지원자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는 누가 합격권에 있었는지가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억울한 탈락자가 확인되고 입사 기회가 주어진다면 늦게나마 잘못된 채용을 바로잡을 수 있지만 이런 사례가 얼마나 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피해자가 다른 직장에 재직 중이라면 뒤늦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점검은 과거 5년간 채용을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억울하게 탈락한 지원자가 이미 다른 직장에 다니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피해자가 억울하게 탈락해 취업 준비 기간을 추가로 소비한 경우 ‘잃어버린 시간’을 어떻게 보상할지 문제도 생긴다.
부정합격자는 있으나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해당 채용 절차에 응시한 불특정 다수가 자신들이 공동의 피해자라고 여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공공기관을 상대로 단체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이번 사태가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수사 의뢰한 사안들과 관련된 부정합격자 중 현직 직원은 공공기관 50명, 공직 유관단체 2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들 79명 외에 지방 공공기관에도 부정합격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국은 아직 그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 공공기관, 지방 공공기관, 기타 공직 유관기관을 모두 합하면 채용비리 특별점검에서 적발된 건수는 4.788건이다. 부정합격자 수는 적으면 100명 안팎, 많으면 수백 명 혹은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적으로 채용 절차가 진행된 경우라면 피해자의 규모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피해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검찰 수사를 거쳐 특정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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