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대선 1차 투표에서 가볍게 과반을 득표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유럽연합(EU) 진영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도 러시아와 친교를 유지하는 그의 ‘균형 외교’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압도적 승리의 비결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소속으로 출마한 니니스퇴 대통령은 대선 1차 투표에서 62.7%를 얻어 지난 1994년 현 투표체제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확정했다. 2위인 녹색당 소속 페카 하비스트 후보의 득표율은 12.4%였으며 나머지 후보 6명의 득표율은 모두 한자릿수에 그쳤다.
이원집정부제인 핀란드에서 지난 6년간 외교와 국방을 책임져온 니니스퇴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와 비교적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4년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 강제병합으로 미국과 EU로부터 경제제재를 받는 가운데 휴양도시 소치를 방문해 사건 발생 이후 푸틴 대통령을 만난 첫 서방 정상으로 기록됐다.
핀란드 국민들은 재무장관이었던 2002년 핀란드의 유로화 도입을 진두지휘할 정도로 친EU 인사이면서도 러시아와 유연하게 대화를 이어온 그의 ‘실용주의’ 외교전략에 열띤 지지를 보내고 있다. 과거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던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1,340㎞나 맞대고 있어 러시아와의 관계 구축이 국가안보에 핵심적이다. 또 핀란드 교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 이전까지만 해도 14%에 이를 만큼 양국은 경제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다음 임기에도 EU를 지렛대로 삼아 국방력을 강화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식가입을 유보하며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 승리 직후 “지금과 같은 환경이 유지되는 한 (나토) 회원국이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 다른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1974년 투르크대를 졸업한 뒤 경찰서장, 항소법원 부심, 변호사 등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법무장관·재무장관·부총리 등을 역임했고 2003년부터 유럽투자은행 부총재로 일하며 경륜을 쌓았다. 2006년 대선에 처음 출마해 고배를 마셨지만 2012년 재도전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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