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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합리적인 트럼프의 다보스 처신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글로벌 경제 이례적 동반성장

경기침체 징후 불안감도 고조

現 세계질서 포용 의지 내비쳐

국제사회 구심점 역할에 충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지금까지, 나는 그가 행한 잘한 일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덕분에 일부 독자들과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나는 지금 그 말을 다시 해야겠다.

지난 금요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는 솔직담백하고 지적이며 화해를 유도하는 멋진 연설로 현 세계질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의 연설은 포럼에 참석한 미국의 재계 지도자들뿐 아니라 트럼프에게 대단히 회의적인 다른 외국인 참석자들로부터도 대체로 환영을 받았다.

만약 이번 연설이 대통령의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는 그야말로 미래를 향한 거대한 첫걸음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의 문제는 우리 모두 알고 있듯 단 하룻밤 사이에 자신이 말한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고는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집권 1년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트윗, 황당한 주장과 리얼리티 TV를 방불하게 하는 쇼 등으로 짜인 서커스 판이다.

2부는 음침한 대중주의(populism)와 소수계·미디어·사법부 등을 겨냥한 선동적 공격이 주를 이루고 3부는 공화당의 표준 의제(standard agenda)인 감세·규제철폐와 매파적 외교정책을 국가경제위원회 디렉터인 게리 콘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주류 참모들의 인도로 충실하게 이행한 전통적인 공화당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서커스를 재미있어하고 선동에 경악하면서도 공화당을 대변하는 트럼프의 모습에 고무돼야 마땅하다.

트럼프가 어젠다로 제시한 그의 모든 아이디어에 동의하기 때문이 아니다.

아직도 나는 예산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 공공투자를 말려버리고 정부의 자원을 가난한 자들로부터 부유한 자들에게로 효과적으로 옮기는 수단인 감세를 무책임한 재정조치라 생각한다.

반면 그의 규제철폐 드라이브는 지나치게 번거롭고 복잡해진 비대한 행정국가를 개혁하려는 중요한 작업일 수 있다.

트럼프의 정책과 이를 띄우는 수사는 의심의 여지없이 재계의 자신감을 고양시켰는데 이것이야말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경제보좌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가 종종 언급한 바 있는 ‘가장 저렴한 경기부양책’이다.

그러나 그 같은 정책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건 간에 더 중요한 포인트는 전통적 공화당원으로서의 트럼프가 미국의 시스템을 망가뜨리려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 안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직이 지니는 무게와 업무에 수반되는 숱한 도전이 트럼프의 등을 떠밀어 보다 진지하고 합리적인 길로 내몰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당분간 온건파에 속한 참모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했다는 추론 또한 가능하다.

그에게서는 앞서 말한 트럼프 1부와 2부·3부의 구성물이 불안전한 상태로 혼재돼 종종 나타나고는 한다. 치기 어린 트윗을 쏟아내고 민주적 제도를 맹비난하다가도 가끔 합리적인 정책을 홍보하기도 한다.

다보스에서도 그는 언론매체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지 못했고 연거푸 가짜뉴스를 내놓거나 잘못된 주장을 펼쳤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분위기는 종종 흥미로운 지표 역할을 수행한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주축을 이룬 엘리트들의 모임이지만 비영리단체·사회사업가, 정치인과 언론인 등도 상당수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보스포럼은 내가 참석했던 그 어떤 다른 회합보다 세계 각국의 인사들을 훨씬 많이 끌어들이는 진정한 글로벌 차원의 포럼이다.

올해 다보스의 분위기는 낙관적이었다.

지금 세계는 대단히 보기 드문 경제의 동반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잘 나가는 중이고 유럽은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7분기 연속성장을 기록했다.

중국이 힘찬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인도가 뜨고 있으며 라틴아메리카 역시 아프리카와 함께 숱한 성공사례를 쏟아냈다.

시장이 이를 반영한다. 주식시장·채권시장·부동산시장·석유시장은 거의 한꺼번에 동반 상승했다.

그러나 환호성의 밑바닥에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사람들이 글로벌 경기침체 직전의 낙관적 분위기를 기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부분적 이유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글로벌 경제가 충분히 안정된 듯 보이지만 국제정치가 요동치고 있는 데에서 오는 현실적 불안감이다.

미국이 만들고 주도해온 낡은 세계질서가 허물어지면서 새로운 강자들이 무대로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거의 진보적인 중상주의자로 편협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

중국·러시아·터키·인도와 같은 국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지금보다 훨씬 큰 무게를 지니게 될 경우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역할과 역량·의향(intentions)과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미국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국제 시스템의 구속을 받지 않는 듯 보인다면 이는 과거보다 훨씬 큰 리스크(risk)가 될 수밖에 없다.

만일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향해 적개심을 보이고 민주적 가치에 무관심하며 변덕스러운 성격을 지녔다면 그것은 특히나 위험천만한 일이다.

나는 도널드 트럼프의 정상화를 추구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리스크를 감안할 때 미국과 세계는 제아무리 일시적이라고 해도 트럼프가 정상적인 대통령처럼 행동할 때 형편이 훨씬 나아지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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