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아이폰X’의 올 1·4분기 목표 생산치를 절반으로 삭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출고가가 1,000달러에 달하는 비싼 가격 탓에 판매가 부진하자 애플이 노선을 급격히 수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문에 따르면 애플은 올 1·4분기 아이폰X의 생산량을 200만대로 낮춰잡고 이를 부품 공급업체 등 관계사들에 통보했다. 지난해 출시 당시 회사가 400만대를 목표로 내세웠던 데 비하면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애플이 출시 두 달 만에 급하게 목표치를 낮춘 데는 지난 연말 판매 부진이 결정타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판매시장인 미국·중국·유럽에서 판매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신문은 “아이폰X가 가격에 비해 기술 혁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폰8·8플러스, 아이폰7을 선택하고 있다”며 “(아이폰X와 달리) 가격이 낮은 이들 3종의 생산 목표치는 300만대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아이폰X 출고가는 미국 기준 999달러(107만원, 64GB)·1,149달러(256GB)로 책정돼 출시 당시 거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이폰X 감산은 차기작 출시와 부품 공급업체 등 협력사들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신문은 애플이 올해 출시하는 신형 아이폰에 대해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 되는 OLED 패널 채택 모델을 줄이는 대신 액정 패널 모델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애플의 상품전략 변경이 부품 공급업체들의 대폭적인 투자계획 변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문은 “아이폰X는 출시 초반 부품 공급 차질 등으로 품귀 사태를 빚기도 했지만 현재는 재고가 늘면서 생산에 급제동이 걸린 상태”라며 “이번 감산은 첨단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나 제조 위탁회사에 대한 발주액에 총 수천억엔 규모의 마이너스 영향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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