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육십 년 전에 떠나온
고향 마을이 보인다.
불에 타 허물어진 돌담 곁에
접시꽃 한 송이가
빨갛게 피어 있다.
얘들아, 다 어디 있니,
밥은 먹었니,
아프지는 않니?
보고 싶구나!
육십 년 바라보아도 접시꽃은 피어 있군요. 육십 년 지났어도 접시꽃만 피어 있군요. 허물어진 돌담은 여전히 허물어진 채로 배경이 되고 있군요. 고장 난 시계처럼 그 때만, 낡은 사진처럼 그 장면만 기억의 한 켠에 박혀 있군요. 다 어디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간단한 물음을 육십 년째 묻고 있군요. 새들은 자유롭게 비무장지대를 넘나드는데 사람의 겨드랑이에는 육십 년째 날개가 돋지 않는군요. 노시인은 더 오래 늙을 시간이 없어 보이는데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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