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난 15일 북한 예술단의 평창동계올림픽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한의 수석대표로 참여한 권혁봉 문화성 국장이 ‘이번 기회를 남북이 예술적 교류가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아 앞으로는 자주자주 함께 연주하자’고 얘기해 미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봤습니다. 하지만 어제(29일) 밤 늦게 갑자기 북한이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행사를 취소하는 것을 보니 별로 희망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북 실무접촉 대표단에 남측 인사로 참여했던 정치용(60·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남북이 제대로 뭔가를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북한이 저렇게 나오니 기대를 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친가의 고향이 함경도이기도 해서 실무회담을 위해 군사 분계선을 넘어갈 때 벅찬 기분도 들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정 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실무접촉 당시 화제의 중심에 섰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과 관련한 뒷얘기도 소상히 들려줬다. 그는 “남한이 북한 예술단의 공연 장소로 900석이 조금 넘는 강릉아트센터를 제안하자 현 단장은 ‘규모가 좀 작은 거 같은데 우리가 더 확실하게 보여줄 만한 공간이 없겠습니까’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현 단장은 ‘수백 석 가지고 뭘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며 “우리 측에서 강릉 지역에서는 강릉아트센터가 가장 좋은 시스템을 지녔다고 적극 권장했고 나중에는 북측에서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만 서울에서는 북측이 공연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원해 애초 우리 측이 생각했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대신 국립극장으로 최종 결정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무대 형식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 남측 인사들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정 감독은 “북한은 80명 정도의 단원이 오케스트라석에 앉고 나머지 50~60명은 반원형으로 돌출된 무대 앞쪽에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출 수 있는 형식을 원했다”며 “국립극장과 강릉아트센터의 경우 객석 규모와 상관없이 돌출형의 무대를 만들 수 있어 남북이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게 될 3년 동안 한국적인 레퍼토리를 적극 발굴해 소개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서양 음악을 주로 다루는) 오케스트라라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음악 활동을 하면서 한국적인 느낌을 가진 작품을 연주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며 “우리 냄새가 진하게 풍기면서도 예술적인 가치가 높은 작품을 발굴해서 연주하는 것이 구체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1985년 창단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악단이다. 제6대 예술감독이자 상임 지휘자로 임명된 정 감독은 다음달 22일 예술의전당에서 취임 기념 음악회를 연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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