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속의 니코틴이 DNA를 손상시켜 여러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동물실험결과가 나왔다.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달리 발암물질이 대폭 줄었다고 업체들은 주장하지만, 액상형이든 궐련형이든 전자담배의 가장 중요한 또는 사실상 유일한 성분인 니코틴이 암 유발 물질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흡연이 각종 암을 일으키는 것은 일반담배 속의 각종 화학물질, 특히 고열로 타면서 나오는 연기에 많은 종류의 발암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의 경우 각종 첨가 향료 등이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점은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다. 다만 유기용제와 니코틴 성분만 증기로 들이마시는 제품의 경 발암 위험이 매우 적거나 없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여겨 피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근년 들어 니코틴 자체가 세포 대사과정을 방해하고 돌연변이를 유발하며 종양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니코틴이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세포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뉴욕대의대 탕문셩 교수팀은 니코틴의 암 유발 가능성을 추가로 보여주는 유력한 연구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29일(현지시간) 실었다.
대부분 발암성 화학물질들은 그 자체로 또는 생체 내 대사활동을 통해 DNA를 손상하고, 이는 세포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돌연변이가 많이 쌓이면 암이 유발된다. 또 이런 독성물질들은 DNA의 자체 손상 복구 능력도 떨어뜨린다
연구팀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전자담배와 같은 온도 대에서 발생시킨 니코틴 함유 증기에 쥐들을 노출시켰다. 그 결과 쥐의 심장, 폐, 방광 등의 DNA가 손상됐고 DNA의 복구활동과 복구 관여 물질(단백질)들도 많이 줄었다.
연구팀은 또 사람의 폐와 방광에서 떼어내 배양한 세포를 니코틴 함유 증기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니코틴과 니코틴의 생체 내 대사과정에서 생긴 니트로스아민 케톤체 등의 물질이 세포의 돌연변이 취약성을 늘리고 종양 발생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트로스아민은 대표적 발암물질 중 하나다.
탕 교수팀은 니코틴과 전자담배 증기에 장기간 노출된 쥐들에게 실제 암과 심장질환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물론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게도 늘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탕 교수는 전자담배가 사람에게도 같은 영향을 주는지를 실험과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사람에게도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력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와 과학적 증거에 따라 추정한다면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더 안전한지는 아직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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