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경, 임채원, 박형준, 윤순홍….
얼굴만 봐도 추억 속 드라마가 떠오르는 연기자들이 MBC탤런트 극단의 연극배우로서 무대 위에 섰다. 이들은 한창 MBC가 드라마 왕국의 입지를 수성하던 시절, TV 화면을 장식했던 1~31기 MBC 공채 연기자들. 막내 기수가 뽑힌 게 15년 전이니 막내라고 해도 40대를 훌쩍 넘었다.
“연기자들이 TV와 연극무대를 오가며 다양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지난해 MBC탤런트회 회장으로 선출된 배우 윤철형은 약 3개월 전 MBC탤런트극단을 출범시켰다.
1일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극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단편 소설 ‘세 마리 눈먼 생쥐’를 원작으로 한 ‘쥐덫’. ‘올인’ ‘허준’ ‘아이리스’ 등 숱한 히트 드라마를 쓴 최완규 작가와 ‘M’ ‘청춘의 덫’ 등을 연출한 정세호PD가 각각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지난 30일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만난 윤 회장은 “앞으로 최완규 작가와 정세호PD가 상임 작가와 연출로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며 “‘10개의 인디언 인형’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명작 중심으로 작품을 선보이되 ‘올인’ 등 최완규 작가의 히트 드라마를 연극이나 뮤지컬로도 공연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우 중심의 극단인 만큼 무대 제작을 제외한 기획, 홍보, 마케팅 등의 업무도 모두 배우들이 소화한다. ‘쥐덫’의 경우 한 배역에 많게는 6명의 배우가 캐스팅됐을 정도다.
이들이 TV 대신 연극 무대에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다. 트로터 형사 역의 박형준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자꾸만 바뀌는데 ‘나는 늘 그 모습에 머물러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모두들 모인 것 같다”며 “새로워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TV 편성에서 갈수록 드라마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공채 연기자들의 설 자리가 준 것도 계기가 됐다. 파라비치니 역의 윤순홍은 “드라마 제작 방식이 바뀌면서 공채 배우들의 출연 기회가 줄었다”며 “요즘 드라마 제작 방식에선 선배 연기자들의 연기를 보고 배울 기회가 사라졌는데 연극을 통해 선후배가 소통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연극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양희경은 “TV와 영화, 연극의 연기가 각기 다른 만큼 수 십 년을 연기자로 활동했던 배우들이라도 연극 무대에 오르기 위해 ‘ㄱㄴㄷ’ 부터 배워야 했다”며 “참여한 배우들에겐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이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재정비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연극 ‘쥐덫’은 1952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후 지금까지 상연되고 있는 작품이다. 공연 역사상 최장기 공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작품으로 개업 후 첫 투숙객을 맞은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고전 추리극이다. 3월25일까지 SH아트홀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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