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신문과 방송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영화평론가 겸 칼럼니스트 리처드 로퍼(58)가 트위터 팔로워 매수 의혹으로 지면에서 잠정 퇴출됐다.
로퍼가 소속된 시카고 선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로퍼의 트위터 팔로워 규모가 적법하게 조성된 것인지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로퍼가 쓴 비평 또는 칼럼을 신문에 게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뉴욕 주 검찰이 가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수백만 개를 만들어 돈을 받고 팔아온 업체 ‘데뷰미’(Devumi)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가운데 뉴욕타임스가 로퍼도 트위터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돈을 지불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뤄졌다. 선타임스는 성명을 내고 “로퍼의 트위터 계정과 관련한 문제를 지난 주말 알게 됐다”며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뉴욕타임스는 로퍼의 트위터 팔로워 22만5,000여 명 가운데 돈을 내고 산 인원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유명인들,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극히 적은 돈으로 수만 명의 가짜 팔로워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로퍼의 팔로워가 29일 기준 22만6,000명이다. 1년 전 25만3,000명에 비해 줄어들었다면서 작년 9월 한 주간 팔로워 2만 명이 원인 모르게 줄어들었다가 곧이어 2만5,000명이 다시 늘어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로퍼는 이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로퍼는 1982년 시카고 선타임스에 입사해 1987년부터 정치부터 문화·연예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로 칼럼을 썼다. 영화·음모론·스포츠에 관한 책도 7권이나 출간했다.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시카고 지역 라디오 방송을 다수 진행했고, 1990년대에는 폭스뉴스 해설가로 에미상을 3번이나 수상했다. 무엇보다 로퍼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영화평론계의 ‘큰 별’ 로저 이버트(1942~2013)와 함께 TV 영화비평 프로그램 ‘앳 더 무비스’(At The Movies)를 진행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시카고 선타임스 기자 출신인 이버트는 애초 시카고 트리뷴 기자 진 시스켈(1946~1999)과 함께 1975년부터 20여 년간 방송을 진행했으나, 단짝 시스켈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후 후배 로퍼를 자리에 앉혔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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