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책’은 왕세자·왕세자빈을 책봉하거나 존호 등을 올릴 때 그 내용을 대나무 쪽에 새긴 것으로 어책(御冊)의 하나로 전해졌다. ‘어책’은 왕비·왕세자 책봉 등의 내용을 옥에다 새긴 ‘옥책’, 문서인 ‘교명’, ‘죽책’ 등을 의미한다. 조선왕실의 어책은 중요한 의례 상징물이자 사료이며 예술성 높은 공예품으로 어보(왕실의 의례용 인장)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만큼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전해졌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프랑스 개인 소장자가 경매에 출품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을 온라인 게임회사인 라이엇 게임즈의 기부금으로 구입,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했다고 31일 발표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은 순조 19년(1819) 효명세자빈을 책봉할 때 제작된 바 있다. 모두 6면의 죽책은 세로 25㎝, 길이 102㎝ 크기로 재질이나 서체, 인각 상태가 매우 뛰어나고 보존 상태도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죽책의 주인공 효명세자빈(1808~1890)은 풍양조씨 조만영의 딸로 11세에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와 혼인한ㄷ 바 있다. 효명세자가 요절하면서 아들은 헌종(1834~1849)이 됐으며, 훗날 신정왕후가 됐다. 흥선대원군의 둘째 아들인 고종(재위 1863~1907)을 왕위에 앉히고 수렴청정한 그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행사한 ‘조 대비’로 알려져 있다. 죽책의 내용은 ‘효명세자 가례도감 의궤’ ‘순조실록’ 등의 자료에서도 확인되는데, 검소한 생활 등을 당부하는 조언, 책봉 경과 등으로 전해졌다.
이 죽책이 프랑스로 유출된 경위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857년까지는 외규장각에 있던 것으로 확인돼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유출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측은 “이번 죽책 귀환을 계기로 외규장각에 있었던 다른 많은 유물들의 소재도 파악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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