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없는 택시’로 널리 알려진 택시협동조합 운영 방식이 전국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차량 구입비와 보험비 등의 명목으로 기본 출자금을 수천만원씩 받다 보니 단기간에 목돈을 모으려는 일부 택시법인회사들이 무리하게 협동조합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기존 택시회사에 소속돼 있던 기사들은 차량 구입비를 떠안거나 출자를 강요당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31일 택시 업계에 따르면 인천시 A법인택시회사는 “조만간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조합원에게 출자금 300만~4,000만원을 요구한 뒤 거둬들인 돈으로 택시 12대를 샀다가 경찰 고소를 당했다. 주식회사임에도 협동조합 형태로 출자금을 받은 혐의였다. A사는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조합원에게 ‘3년간 이직 금지’ 계약서도 작성하게 했다. A사 조합원이었던 택시기사 김모(52)씨는 “4,000만원을 내면 조합원으로 받아주고 탈퇴도 자유롭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탈퇴하면 한 푼도 못 받고 있다”며 “달라고 할 때마다 ‘모른다’는 식이라 속만 타들어간다”고 전했다.
A사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나중에 전환하는 대로 돈을 돌려주려 했다”며 “택시기사들에게 차량별로 근저당권도 설정해둔 상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택시발전법에 따르면 택시기사에게 회사 운영비를 직접 부담하게 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다.
협동조합 전환을 미끼로 수천만원대 출자금을 요구하거나 전용하다 적발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광역시의 첫 택시협동조합 B사는 지난해 9월 차량 구입비와 보험료를 차량 기사에게 떠넘겨 대구시의 시정조치를 받았다. 2016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대전시의 C사도 지난해 4월 자사 소속 기사들에게 “2,500만원씩 출자금을 내든지 퇴사하든지 하라”고 요구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조사를 받았다. 당시 한국노총 소속 택시기사들은 협동조합택시로 강제전환하거나 출자를 강요하는 행태를 전면 중단해달라며 2개월간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택시협동조합처럼 출자 규모가 큰 조합에는 예비신고제와 같은 제도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은 창립총회를 한 뒤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출자금을 받을 수 있다. 김기태 협동조합연구소장은 “운송조합과 같이 복잡한 조합일수록 시작 전 최소 6개월간 전문가그룹의 지도를 받는 게 좋다”며 “운영진에게 현실적 대비책도 알려주고 부실한 조합도 가려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가 ‘협동조합 설립지원 밀착과정’을 진행한 결과 예비 조합의 상당수가 설립을 포기했다. 김 소장은 “예비신고제도만 잘 활용해도 최소한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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