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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소방법 개정으로 인명 피해 막자

황현주 LS전선 절연재료연구그룹 책임연구원





요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적폐(積弊)’ 청산이다. 오랫동안 쌓인 관행·부패·비리를 청산하기 위해 사회 다방면에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흔히 언급된다. 사회 곳곳에 쌓인 잘못을 없애고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행이나 비리 같은 것들을 청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흐름과 기술 발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기준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바꿔나가는 것도 일종의 적폐청산이라고 생각한다.

집이나 사무실·공장 등에는 각종 설비나 장비에 전력과 신호를 공급하는 다양한 케이블이 사용된다. 이 제품들은 화재 시에도 오래 견뎌야 한다. 즉 화재 예방과 진압을 위해 감지장치·비상벨·소방설비·통신장비 등에 쓰이는 케이블은 불에도 견디며 전력과 제어신호를 전달하는 내화(耐火)성을 필요로 한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위기에 닥치면 그 성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들이 20여년 전에 머물러 있으며 해외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현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내화 기준은 소방법상 750도에서 90분만 버티면 충족한다. 이 기준은 지난 1995년 개정된 것으로 주거 환경이 주택에서 초고층 아파트·오피스텔 등으로 바뀌었고 산업 현장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대형 쇼핑몰과 전시·공연장 등 새로운 다중 이용 시설이 늘어난 현재 상황에서는 지나치게 낮다고 할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750도까지 도달하는 데 15분이 걸리지만 830도까지는 30분이 소요된다. 기준을 향상하면 골든타임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유럽·중동·호주·뉴질랜드 등 해외 각국에서는 950~1,050도에서 180분 이상 견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런던 그렌펠타워 사고 이후 더 강화되는 추세다.

사회 곳곳의 기준들은 지금 당장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관행적으로 유지할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게 고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것이 혹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참사를 막고 인명과 재산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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