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체크’가 무려 580억엔(약 5,700억원)에 달하는 해킹 피해를 입었다. 설립 1년 만에 월 거래액 20억엔(약 196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지만 엄청난 규모의 해킹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코인체크의 몰락과 동시에 20대 대표 와다 고이치로(27)에 대한 관심도 높다.
와다 대표는 어릴적부터 프로그래밍과 웹 개발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천재’였다. 그는 일본의 MIT로 불리는 도쿄공업대(공학부 경영시스템공학과) 진학하며 스무살 때부터 ‘레주프레스’를 만들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가 지난 2012년 만든 레주프레스는 이용자들의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투고하는 SNS ‘storys.jp’ 서비스로 유명세를 탔다. 불과 2년여 만에 이용자의 글이 10개의 책으로 출간됐고 판매 부수가 총 120만부를 기록할 정도로 성공했다. 그는 레주프레스를 통해 대학 시절 이미 창업가들 사이에서 유명인으로 통했다.
너무 일찍 맛본 성공 때문이었을까. 와다 대표는 더욱 공격적이고 독단적인 사업 마인드를 갖게 됐다. 2014년 7월 코인체크를 개설하며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던 당시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해 초 세계 최대 거래소였던 일본 ‘마운트곡스’가 해킹 피해로 파산했지만 단 한 달 만에 금융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업을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시스템 불안정성과 와다 대표의 전무한 금융업 경험을 두고 사업을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으니 오히려 스타트업에게는 기회”라며 말을 듣지 않았다. 또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 두루뭉술한 아이디어가 된다”며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고 독단적인 사업 방식을 고수하다 결국 초유의 거래소 해킹 사태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현재 와다 대표는 지난 26일 기자회견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프라인 보관을 하기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 인재(人才)가 부족했다”고 시인하며 고개를 숙였다. 와다 대표는 피해 고객 전원에게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추가적으로 462억엔(약 4,529억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때 ‘천재 사업가’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던 와다 대표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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