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징역 1년 6개월을 1일 선고했다. 1심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며 무죄로 판단한 33건의 문건에 대해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의중에 따랐다 해도 피고인은 이 범행을 통해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를 제공해 공무 및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국정질서를 어지럽히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나아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가 매우 절실했는데도 피고인은 대의기관인 국회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조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동기나 경위 등을 모두 참작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드레스덴 연설문’ 등 비밀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또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앞서 1심은 정 전 비서관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이 유출문건으로 적시한 47건의 문건 중 33건은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가 아니라며 무죄 판단했다.
이 33건의 문건은 최씨 소유의 미승빌딩에서 발견한 외장 하드에 들어있던 것들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한 증거물 확보 차원에서 이 외장하드를 압수했다가 그 안에서 이 문서들을 찾았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최씨의 외장 하드가 압수영장을 통해 적법하게 압수된 만큼 그 안에서 발견된 문건의 증거능력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문건들은 청와대 인사안이나 대통령 일정 관련 자료들로, 영장에 기재된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금 모금 사건과는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처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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